에어로케이, ‘항공기·임대료 82억 원 반환’ 소송 패소… “경영난 우려”

송근섭 2024. 8. 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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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5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처음 취항한 에어로케이 1호기.


■ 상징적인 '에어로케이 1호기'… 반 년째 멈춰 있는 사연

2021년 4월 15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제주를 오가는 '에어로케이 1호기'의 첫 정기편 운항이 시작됐습니다.

에어로케이가 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로 2019년 3월 면허를 발급받은 지 2년여 만이었습니다.

청주공항은 2008년 10월, 옛 한성항공이 운항을 중단한 지 12년 6개월 만에 새로운 거점항공사가 취항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라는 악재를 극복한 이후,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에어로케이도 꾸준히 국제 노선 확대에 나선 결과, 지난해 연말 누적 탑승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저가 항공사(LCC)로서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에어로케이와 청주공항의 성장세를 이끄는데 상징적 역할을 했던 '에어로케이 1호기'는 지난 2월부터 운항을 중단하고 멈춰 있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조만간 1호기를 항공기 리스 회사에 반환하고 80억 원 넘는 임대료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지난 4년 4개월 동안, 에어로케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에어로케이 항공기 내부 모습.


■ 글로벌 항공기 리스 회사와 법적 분쟁… 이유는?

에어로케이는 2019년, 글로벌 항공기 리스 회사와 항공기 3대를 임대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이 리스 회사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항공기 임대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이 가운데 1호기를 먼저 들여와 2021년 4월부터 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3호기를 들여와 일본 등 국제 노선도 취항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항공업계 경영난이 심화됐고, 에어로케이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2~3호기 도입은 무기한 연기됐고, 1호기 임대료도 연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로케이 측에 따르면, 당시 리스 회사는 에어로케이를 위해 도색 작업 등을 마친 2~3호기를 튀르키예에 준비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임대차 계약서에 적힌 대로 2021년 3월부터 에어로케이에 항공기 인수를 요구했습니다.

1년이 지난 2022년 4월까지 에어로케이가 2~3호기를 인수하지 않자, 리스 회사 측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같은 해 7월 다른 항공사에 항공기를 임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때부터 에어로케이와 리스 회사 측의 갈등이 점점 커졌습니다.

에어로케이는 "리스 회사가 2~3호기를 다른 항공사에 넘겨주는 바람에 국제선 취항 일정 등에 차질이 생겼다"며 보증금 등을 돌려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리스 회사 측은 "임대차 계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에어로케이"라고 맞섰고, 지난해 3월에는 1호기 임대차 계약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밀린 임대료와 항공기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송이 본격화되자 에어로케이는 지난 2월부터 1호기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 청주지방법원, 리스 회사 승소 판결… "1호기 반환·82억 원 지급"

에어로케이와 리스 회사 측은 각각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해 1년 넘게 소송을 이어 왔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에어로케이 측은 1호기 임대료를 체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 경영난을 겪으면서 리스 회사와도 추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구두 양해가 이뤄진 부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2~3호기가 다른 항공사로 넘어가면서 이에 대한 보증금은 물론, 국제선 취항 일정이 늦어진 탓에 2,300만 달러 가량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때문에 1호기 반환은 리스 회사 요구에 따르겠지만, 밀린 임대료 지급은 2~3호기 손해배상 채권으로 서로 상계(相計)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놨습니다.

양측의 팽팽한 공방에, 재판부는 선고 기일을 한 차례 연기하는 등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청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원고인 리스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에어로케이가 1호 항공기를 리스 회사 측에 인도하고, 8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또 항공기 인도가 마무리될 때까지 매달 4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상 양측의 합의로 맺은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은 에어로케이에 있다고 본 겁니다.

충북 청주에 있는 에어로케이 사무실.


■ 에어로케이 '당혹'… 안팎서 경영난 심화 우려

에어로케이는 1심 선고 결과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1호기는 이미 운항을 중단한 만큼 반환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80억 원 넘는 임대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로케이 한 관계자는 "임대료가 밀렸을 때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리스 회사들이 중소형 항공사들의 임대료 지급을 유예해주던 분위기였다"며서 "우리도 리스 회사 측과 긍정적으로 대화가 오갔는데, 2~3호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정부 차원에서 국제선 운항을 막은 상태라 2~3호기를 들여와도 운항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임대차 계약대로 일정이 진행되지 못한 것인데, 법원 판결에는 이런 특수한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최근 6호기까지 도입을 마쳐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별개로, 지난해 말까지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원의 임대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회사 안팎에서 앞으로 경영난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에어로케이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사업을 축소할 경우, 거점 항공사 육성에 공을 들였던 충청북도나 청주공항에도 악재가 될 전망입니다.

에어로케이는 판결문을 자세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 등 후속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연관 기사] 에어로케이 ‘항공기·임대료 반환’ 소송 패소 (2024.08.2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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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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