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공동 첩보전 vs 정교한 무기고... 이스라엘·헤즈볼라, '확전' 벼랑서 물러서나
전력 과시 '경고', 충돌 불씨 여전
또 결렬된 가자 휴전 협상이 관건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은 지 하루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공습 개시 초반 '전면전 돌입' 관측마저 부른 이번 교전이 실제 전쟁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양측은 자신들의 전력과 작전을 과시하며 충돌 격화의 불씨를 남겨뒀다.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 및 확전을 억제할 마지막 카드였던 가자지구 휴전 협상까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만큼, 당분간 중동 정세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전은 피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은 25일 오전(현지시간) 한 차례의 '과격한' 상호 공습 이후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헤즈볼라의 단거리 로켓 수천 기를 파괴했다"며 선제 타격 성과를 과시했다. 헤즈볼라도 지난달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자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1단계' 작전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무력 충돌은 일단락 짓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면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만큼, 양측이 신속하게 '확전 방지' 모드로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이중 전선은 부담이다. 국경을 맞댄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지상전이 불가피해 이스라엘군 추가 희생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레바논에서만 1,000명 이상 희생자를 낸 헤즈볼라 입장에서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막강 전력... 추가 교전 가능성 여전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양측 다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상대방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터라 확전 불씨는 살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공격으로 끝이 아니다"라고 했고,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도 "가까운 미래에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과 관련,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 8200 정보부대와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본부를 타깃으로 삼은 점 등의 정보를 수일 전 파악했다"고 익명의 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나스랄라는 25일 연설에서 "(8200 부대 본부 등이 있는 텔아비브 북쪽) 글릴롯 기지를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무인기(드론)를 띄워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표적으로 삼으려는 이스라엘에 영상 제공 방식으로 정보 협력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에 로켓 320발을 쏴 응수한 헤즈볼라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최첨단 군사력에는 못 미치지만, 이란의 후원으로 역량을 키운 결과 레바논 정부군을 능가하는 무장 수준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무기인 카추샤 로켓(옛 소련이 개발한 다연장포·최대 사거리 40㎞), 이스라엘을 넘어 시나이반도까지 타격 가능한 스커드 미사일(최대 사거리 500㎞) 등을 보유한 무기고는 갈수록 정교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자 휴전 협상은 또 결렬
중동 갈등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가자지구 휴전 협상마저 재차 결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4일부터 이틀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중재로 열린 협상은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또다시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중재국들은 '필라델피 회랑'(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지대)에서의 이스라엘군 철군 문제에 여러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양측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 사건과 관련, 이번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보복 여부 및 시점을 재던 이란이 결국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마스도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여단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쪽 상업지구 인근 도시 리숀레지온에 로켓(M90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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