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민시만 돋보인 순살 K 스릴러[TV와치]
[뉴스엔 김범석 기자]
1~2회만 잘 버티면 뒤로 갈수록 속도감이 붙을 줄 알았다. 다소 지루하지만, 작가의 치밀한 빌드업일 거라는 기대감. 17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 김윤석과 요즘 핫한 이정은의 선구안도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부실한 개연성과 느닷없고 황당함으로 점철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며 ‘왜 저래?’라는 고구마 마일리지만 쌓였다.
그나마 6~8회는 좀 나았다. 연쇄 살인마 고민시가 체포되는 7회와 최종 8회에선 이 드라마의 소실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지지만, 문제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 길고 협소하다는 사실. 의뭉스러운 팜므파탈이 외딴 곳의 펜션을 찾아 주인의 평온한 일상을 망가뜨린다는 이야기. 90분짜리 단막극으로 제격이었을 단순한 소재를 8부로 엿가락처럼 늘리다 보니 텐션은 떨어지고 몰입감도 희미해질 수밖에.
20년의 시차를 두고 그려지는 김윤석, 윤계상 두 숙박업소 주인의 나선형 이야기 구조도 플롯이 탄탄하지 않다 보니 그저 회차를 늘리기 위한 오버 스펙으로 오인될 정도다. 우연히 모텔 손님으로 받은 연쇄 살인마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 난 윤계상의 아들이 성인이 된 후 같은 처지의 김윤석과 만난다는 연결고리가 있지만, 그다지 신박해 보이지 않는다. 철근이 뭉텅이로 빠진 순살 대본 탓이다.
2019년 제주도 펜션에서 전 남편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살인마 고유정과 김민희가 작두를 탄 영화 ‘화차’가 많이 연상된다. 극 중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고민시는 고유정처럼 마트에서 살해 증거를 없애려고 락스와 장갑, 청테이프 같은 청소도구를 카트에 잔뜩 담는다. ‘화차’ 김민희처럼 혼비백산해 맨발로 전력 질주하는 장면도 나온다. 아쉬운 건 섬뜩했던 실제 사건과 ‘화차’가 담아냈던 경악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
‘스위트홈’ 3부작으로 넷플릭스 딸로 불리는 고민시는 그나마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리즈 시절 김민희와 비교되는 그는 아직은 딥러닝 중이지만, 조만간 완충을 끝내고 나면 이쪽 방면을 접수할 것 같은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긴다. 살인자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고민시의 캐릭터가 상당히 불친절한데 그럼에도 특유의 아우라로 이를 잘 커버했다. 덕분에 시종일관 그냥 ‘미친X’으로 보일 법한 상황과 플롯임에도 장면 사이사이 돌변하는 눈빛과 처연함, 뭔 일 저지를 것 같은 충동성을 절제된 연기로 곧잘 표현했다.
하지만 펜션 사장 김윤석과의 대립 앙상블은 기대를 밑돌았다. 김윤석의 펜션을 점령하고 그의 약사 딸을 다음 살해 목표로 예고했음에도 둘 사이에 감정적 스파크가 크게 튀지 않는다. 김윤석 입장에선 1년 전 자신이 목격한 범죄를 묵인한 대가일 텐데 이 서사를 구축하는 나사가 풀려있다보니 좀처럼 이야기가 매끄럽게 붙지 않는다. 112 신고나 힘으로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음에도 굳이 지옥 불을 보겠다는 김윤석의 결사 항전 태세가 오히려 고구마 100개를 유발한다. 고민시에게 펜션을 내준 뒤 텐트에서 이불 킥하는 모습은 장르를 이탈하는 연출 미스로 보인다.
이정은도 결과적으로 미스캐스팅에 가깝다. 순경 시절부터 동물적으로 피 냄새, 살인 사건에 끌리는 비범한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어그로일 뿐 끝까지 통쾌한 활약은 나오지 않는다. 이럴 거면 굳이 바쁜 이정은을 왜 썼는지 의아할 정도. 그의 젊은 시절을 ‘봄날의 햇살’ 하윤경이 연기하는데 둘 사이의 연결성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영화 ‘내가 죽던 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소비된 기존 이정은 이미지를 복사 후 Ctrl V 한 느낌.
잘 만든 작품은 디테일이 뛰어나며, 작감배의 정성을 쏟은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대본, 연출, 연기가 각자 따로 놀고 있거나 서로 극 해석을 조금씩 달리했던 것 같다. 미장센과 음악은 좋았지만 이 역시 부실한 서사에 가려 빛이 바랬다.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며, ‘미스티’ ‘부부의 세계’ 출신 모완일 연출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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