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강력한 대출규제 조치, 집값 영향줄까

김남석 2024. 8. 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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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금리에 증가세 진정 전망
일각선 패닉바잉 우려 목소리
[연합뉴스 제공]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과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은행권이 결국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만기와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지난 2021년 집값 폭등 당시 정부가 시행했던 신규 대출을 대폭 제한하는 것에 준하는 수준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과열 양상이 나타난 지난 2021년과 달리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에 국한돼 있고, 기준금리가 내려도 당시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이번 규제가 집값 상승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소 진정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택관련 신규 대출 제한에 나서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폐지했고,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주택담보 생활안전자금 대출한도 축소, 주담대 거치기간 폐지,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MCG)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주택 처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은행권이 대출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 만으로는 집값 상승에 따른 대출 수요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이 시중금리 감소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지난달부터 수 차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5조8957억원으로 이달에만 6조1456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기록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7조5975억원)을 한 달만에 갈아치울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주택 관련 대출에 기인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시기가 다가오자 '패닉 바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관치금융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가계대출 관리에 개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들도 속속 대출규제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이번 대출규제가 집값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과거 집값 폭등 당시 대부분의 정부가 대출을 규제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분석과 금리와 과열 정도 등이 다른 만큼 이번 대출규제가 집값을 어느정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맞선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규제가 오히려 더 큰 폭등세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금리 인하기가 시작됐고, 시중은행의 대출한도를 강제로 줄여도 인터넷은행 등 대체 수단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 전세제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갭투자를 이용한 투기를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대출규제가 시행된 지난 2021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고작 0.035%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쳤고, 오히려 실수요층의 주거비용 증가만 불러온 바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난 2005년 고금리 시기에도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를 시행했지만 결국 집값은 폭등했다"며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 꾸준히 주장했던 '시장경제'에 맡기는 편이 오히려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바뀌는 정책의 일관성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을 헤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미 전국적인 부동산 과열 양상을 보인 뒤 대출규제를 시행했던 2021년과 달리 이번 급등세가 서울과 수도권에 머물러 있고,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당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출규제가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7조원씩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규제가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나 패닉바잉과 같은 무분별한 구매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부동산 부양책에서 규제로 돌아선 것도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정책을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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