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출억제 카드 안먹히니 가능한 수단 총동원
국민銀, 주담대 기간 50→30년
우리銀, 생활자금 한도 1억으로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들이 26일 '대출 한도·만기 제한'이란 추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7월부터 줄곧 금리 인상 레이스를 펼쳤지만 가계대출 급증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금리 카드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은행들이 2021년도 집값 상승기에 적용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다시 도입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추가 조치로 가계대출이 잡혀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총대를 멘 것은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도권 집값에 개입 필요성을 느낀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과 묘하게 시기가 맞물린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만기를 줄이고 대출 한도를 깎는 것이다. 초기 자기 자금 부담을 키워 은행 대출금이 아파트 등에 투기성 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담대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선 30년으로 일괄 축소키로 했다. 대출 기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 대출 억제효과를 내게 된다.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신규 주택구입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거치기간을 운영 중이다. 일정 기간 원금 상환을 유예해 초기 상환 부담을 줄여주던 것도 중단하는 것이다.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담보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던 생활안정자금도 한도를 1억원으로 묶는다. 상당수 차주들이 이 용도로 빌린 돈을 아파트 추가 구입 등에 투입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에 동참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이 이날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1억원으로 묶기로 한 것도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도 막는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현재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 내부 분석 결과 수도권 주담대 기간이 40년에서 30년으로만 줄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에서 연소득 5000만원 대출자의 한도(대출금리 연 3.85% 가정)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정도 깎인다.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된다. 주택과 공장 부지를 제외한 논이나 밭 등을 담보로 한 토지담보대출도 중단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2021년 하반기 집값이 폭등했을 때 내놓은 초강경 억제책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1년 9월 7일부터 마통 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한데 이어 10월1일부터 영업점별로 가계대출 신규 취급한도를 부여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가 대책에선 영업점별 한도만 제외하고 2021년 당시 억제책이 모두 동원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매 가운데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5억원 초과 물건의 거래 비중은 각각 10.57%, 4.42%였다. 올해(8월 22일까지)는 이 비중이 15.95%, 7.75%로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0월에서 2022년 5월 사이 서울시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75.7에서 181.5로 139.7%(약 2.4배) 증가했다. 이 기간은 한은이 2% 이하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던 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동성이 크게 늘며 집값도 뛰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주택 대출을 제한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1년 10월 188.9로 고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22년 12월 142.7로 저점을 다지며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관심은 은행들의 추가 대출 조이기 대책이 약발을 받아 가계대출 축소가 이어질 지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가 대책이 금리인상만 단행했을 때 보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타 은행들도 이미 추가 대책을 출시하는 상황이라 나름대로 가계대출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하반기 한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데다 전체적인 정책 틀과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기에 타이밍적으로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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