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자 2.1만명 '세계 하위권'···"에이스 키울 백년대계 짜야"
3부. 총성 울린 AI 인재혁명 - <상> 본지 148개 기업 설문
기업들 AI 직원 채용 애로사항에
'인재풀·전문성 부족' 첫손에 꼽아
기술인력 재교육으로 대응 급급
"국가 차원 인재육성 생태계 절실
산학협력 확대로 중장기 대응을" 상>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2024 글로벌 포럼’에 현지 대학원생들을 초대했다. 글로벌 포럼은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등 SK그룹의 주요 사업별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주로 현직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포럼의 성격이 전략 공유보다는 인재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올해부터 참석 대상을 미국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들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AI가 그룹 전 사업 분야에 핵심이 되면서 우수 인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포럼을 현지 인재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AI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SK뿐만이 아니다. 산업을 막론하고 주요 기업들은 이른바 ‘AI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기업과 정부가 공조하며 AI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인재 육성 생태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의 한 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AI 인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인재 육성이 더 늦어진다면 국가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 등 국내 148개 제조·금융·정보기술(IT)·바이오·유통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8%가 AI 인력 고용 과정의 어려움으로 ‘AI 직원의 풀 부족(51.3%)’과 ‘전문성 부족(26.5%)’을 꼽았다. 유능한 인재를 뽑고 싶어도 풀이 부족하고 간신히 뽑아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연구자는 2만 1000명으로 전 세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 IT 기업 CEO는 “디지털전환(DX)을 넘어 AI 전환(AX) 시대가 오면서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외국 인재 확대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 난이도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13.2%)도 문제로 꼽혔다. AI 전문가와 실무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괴리로 인해 업무 적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CEO는 “AI 전문가 영입을 통해 기술력을 내부 전파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내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직원들과의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AX의 주요 성공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조 대기업 CEO도 “현업을 잘 아는 전문가와 AI를 아는 테크 인력을 융합해 AI 통합 조직을 구성해 조직 체계에 따라 차별화된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기업에서는 기존 기술 인력의 AI 재교육을 차선책으로 선택하고 있다. 한 카드사 CEO는 “AI 인력의 희소성으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역량 있는 AI 실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인재양성과 함께 기존 직원의 능력 개발도 동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IT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업무를 이해하는 인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재교육을 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정유공장 내 90여 명의 CDS(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및 10여 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해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CEO들은 또 AI 구인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학협력 투자를 늘려 AI 인재들의 연구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IT 대기업 CEO는 “중장기 AI 선행연구를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산업계가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산학공동 연구에 대한 공동 펀딩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대학·기업 연계 산학 과정 확대와 교육비용 제공, 채용기업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사 CEO는 “기업들의 자생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AI 관련 인력과 인프라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국가의 지원 및 규제 개선에 대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한 AI 기업 CEO도 “국내로 한정해 AI 경쟁에 대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무대를 타깃으로 산업과 인재 육성이 진행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을 요구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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