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방송 기자, 돈이 급해 유치원생 유괴? 드러날수록 무서운 홍순영의 정체는

김세령 2024. 8.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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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26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그날은 장맛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당시 6살이던 곽재은 양은 어머니가 사준 노란 우비를 입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유치원으로 향했죠. 그런데 그날 한 여성이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재은 양의 엄마라며 원래 하원 시간보다 30분 먼저 재은 양을 데려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재은 양의 가족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고 다음 날 재은 양의 집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도대체 이토록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놀랍게도 범인은 아주 자그마한 체구의 앳된 얼굴을 한 23살의 여성이었는데요. 더 놀라운 건 체포 직후 밝혀진 이 여성의 실체였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20대 젊은 여성이 유치원생 아이를 유괴했던 아주 유명한 사건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남채은 : 1990년 6월 25일 피해 아동은 아파트 단지 내의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혼자서 등원을 했습니다. 낮 12시쯤 학원 시간이 됐는데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피해 아동의 엄마는 유치원까지 찾아갔지만 교사는 어머니 아까 30분 전에 전화하셔서 아이를 보내달라고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되물었습니다.

◇ 이원화 : 너무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 남채은 : 범인은 범행 당일 유치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유치원의 우산꽂이에 꽂혀 있는 우산에서 피해 아동의 이름을 보고 범행 대상으로 선정한 뒤 허위 전화로 엄마인 척하여 아이를 데리고 간 것입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해 아동을 데려갔을 수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수소문하였으나 아이를 데려간 일은 없었고, 실종 5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방금 90년도에 있던 일이라고 말씀 주셨잖아요.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별다른 의심 없이 당연히 아이 엄마겠거니 하고 유치원에서도 아이를 보내준 게 아닌가 싶거든요.

◆ 남채은 : 유치원 교사는 범인이 아이의 이름과 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의심 없이 하원시켰다고 합니다. 경찰은 유치원 관계자와 주변인들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한편, 유괴 사건일 가능성을 감안해 피해 아동의 집 전화에 녹음 장치를 설치하고 대기했습니다.

◇ 이원화 : 전화가 왔습니까?

◆ 남채은 : 네. 실종신고 24시간여 뒤인 26일 오후 5시쯤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피해 아동의 집에 전화가 걸려왔고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아이를 돌려받고 싶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5천만 원을 송금하라고 하였습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아이의 목소리만이라도 들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으나 이를 외면한 채 범인은 전화를 건 지 1분 만에 요구 사항만 밝힌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당시 5천만 원은 서울 근교의 30평 아파트 한 채 값이었습니다.

◇ 이원화 : 쉽사리 구할 수 있는 돈은 아니네요.

◆ 남채은 : 네. 범인은 10분 후 또다시 전화가 와 계좌번호와 가짜 명의로 개설한 예금주의 이름을 알려준 뒤 다시 전화를 끊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명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 이원화 : 어디서 전화한 건지 추적은 어려웠겠네요.

◆ 남채은 : 경찰은 범인이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건 것을 밝혀냈습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전화가 걸려온 다음 날인 6월 27일 오전에 500만 원을 먼저 입금했고, 그날 오후 나머지 돈을 빨리 붙여라라는 범인의 협박 전화에 다음 날인 28일 오전에 2500만 원을 추가 송금했습니다. 경찰은 계좌가 개설된 조흥은행 계좌에서 인출 시도가 있을 시 경찰에 신고하도록 은행 측에 요청한 뒤 조흥은행 서울내 전 지점에 형사들을 배치해 잠복근무하도록 했어 조흥은행 본점 전산실에도 경찰이 배치돼 해당 계좌의 입출금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 이원화 : 당시만 해도 인터넷 뱅킹이 없던 시절이라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무조건 은행에 가거나 CD기를 이용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야 돈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경찰들이 전 지점에 잠복해 있었다고 하면 돈을 뽑기만 하면 잡는 건 시간 문제였겠다 싶거든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돈이 입금된 양일 간 움직임이 없던 범인은 유괴 4일째인 6월 29일 오후 2시 40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조흥 은행 지점이 아니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 설치된 현금 자동지급기에서 30만 원 인출이 취소됐습니다. 잠복 근무 중인 모든 형사에게 이 소식이 전달된 가운데 오후 4시 13분쯤 또다시 출금 시도가 포착됐는데, 이번에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2층 조흥은행 출장소에 설치된 현금 자동지급기였습니다. 경찰은 해당 위치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으나 범인은 총 260만 원을 인출한 뒤 자리를 떠난 뒤였습니다. 형사들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던 중 한 형사가 젊은 여성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범인임을 직감해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고,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탄 뒤 마침내 을지로 입구역 계단에서 체포했습니다. 수색 결과 이 여성은 범인이 말한 계좌에서 현금 총 290만 원을 인출해 간 사람으로 밝혀졌고, 범인의 이름은 홍순영으로 당시 23세에 키 160cm의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홍순영은 공범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그래도 다행히 공범이 아이를 데리고 있었던 건가요?

◆ 남채은 : 경찰에 붙잡힌 홍순영은 공범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서 공범으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지목했는데요. 경찰과 함께 접선 장소라는 서울역에서 한참을 대기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공범은 없었고 홍순영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는데, 그 과정에서 홍순영은 역으로 열차가 들어오자 갑자기 선로 위로 몸을 던지는 돌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기관사가 급증거하여 경상을 입는 데 그쳤습니다.

◇ 이원화 : 공범이 있다는 거짓말은 왜 했던 걸까요?

◆ 남채은 : 홍순영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일단 유괴한 피해 아동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경찰은 피해 아동이 어디에 있는지 추궁했으나 홍순영은 사형시켜달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호소 끝에 홍순양은 결국 숙명여자대학교 한 건물의 물탱크 뒤에 피해 아동의 시신을 은닉했다고 자백했고, 피해 아동은 건물 옥상 물탱크 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 이원화 : 정말 너무 안타깝다 뭐 이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 돈이 목적이었다면 도대체 아이는 왜 죽였을까 싶거든요.

◆ 남채은 : 저도 그 점이 의문인데요. 보통 유괴 사건의 범행 동기는 돈입니다. 더욱이 당시 홍순영은 명문대 출신의 방송국 기자로 보도되었고 꽤 잘 사는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왜 홍순영이 아이를 유괴해 살해까지 했는지 다들 의아해했습니다. 홍순영의 집은 대로변에 있는 4층짜리 건물로 홍순 양 아버지의 소유였는데 가격이 무려 6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은마 아파트 31평이 1억 원이던 시절인 것을 감안하면 집안이 엄청난 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순영은 피해 아동에게 엄마의 지인이라 속이고 빵과 음료수를 사주며 숙명대학교까지 유인해 부모님 이름과 주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집에 보내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목을 졸라 잔인하게 살해했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홍순영이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 피해 아동은 숨진 뒤였습니다. 경찰은 홍순영이 도대체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인지 계속해서 추궁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이 여성에 관해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어떤 것들이었죠?

◆ 남채은 : 홍순영은 돈이 필요해서 피해 아동을 유괴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홍순영에게는 1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상대 부모의 강한 결혼 반대에 부딪히자 남자친구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돈을 모으려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남자친구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아이를 유기했다는 건가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홍순영은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지만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경쟁과 질투심이 강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86년 대학교에 두 차례나 불합격한 홍순영은 친구들과 달리 대학 입시에 실패하자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숙명여대에 학생증을 줍게 됩니다.

◇ 이원화 : 설마 학생증을 주워서 그 학교 학생인 척이라도 한 겁니까?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홍순양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 번번이 불합격하자 부모의 기대와 본인의 자존심을 시키기 위해 가짜 숙명여대생 행세를 하였습니다. 우연히 얻은 학생증으로 위조 학생증을 들고 다니면서 4년간 태연하게 도강하며 모든 수업을 다들 정치외교학 전공 서적을 한가득 사서 집에도 잔뜩 가져다 놓아 정치외교학과 학생 행세를 했으며, 숙명여대 엠티 등 각종 대학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철저하게 주변을 속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홍순영은 가족들에게도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거짓말해서 4년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닌 행세를 했고, 집에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 가 가족조차도 홍순영이 가짜라고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홍순영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합격 통지서와 등록금 고지서를 조작했고, 부모님으로부터 대학 등록금을 타내고 용돈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아니.. 그게 어떻게 안 들켰나 싶긴 하거든요.

◆ 남채은 : 1980년대는 학사 행정이 전산화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가짜 학생 행세가 가능했고, 홍순영 외에도 가짜 대학생들이 도강하면서 대학생 행세를 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홍순영은 4년 후 졸업식 날에는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든 채 부모님과 남자친구를 불러 기념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홍순영은 대학 졸업 이후 방송국 시험에 합격해 KBS 기자로 취 했다고 또다시 거짓말을 한 뒤 이번에는 KBS 기자 행세를 하며 대학교가 아닌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로 아침마다 출근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같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 남채은 : 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서도 홍순영이 정말 숙대생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강해졌고, 홍순영이 가짜 숙대생이라는 소문이 점점 퍼져나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은 용돈을 받아 생활했지만 가짜 졸업 후 가짜 취직을 한 뒤에는 더 이상 돈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월급을 탔으니 가족에게 한 턱 내야 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런 그녀에게 있어서 남자친구와의 결혼만이 해결책이었는데, 결혼하면서 직장을 자연스레 그만뒀다는 핑계를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상대 부모의 강한 결혼 반대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혼담을 오가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것이 들통나게 됐고,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남자친구를 붙잡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와 같은 행각을 벌이게 된 겁니다. 홍순영은 이 사건 발생 1개월 전인 5월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5시간 감금한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어떤 처벌받았습니까?

◆ 남채은 : 1990년대에는 아이를 유괴하여 살인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유사 사건 가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홍순영은 스스로도 수사와 재판을 받는 내내 사형시켜달라고 호소했는데, 사건 발생 반년 뒤인 1990년 12월 21일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사형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항소하여 결국 대법원 상고심까지가 1991년 9월 13일 사형이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궁금한 건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했잖아요. 한마디로 정신장애라고 볼 수 있는데, 법원에서 판결을 할 때 정신장애가 양형에 유리한 부분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워낙 오래전이라 당시엔 이런 부분이 없었을까요?

◆ 남채은 : 네. 우리 형법상 정신장애가 심각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정도가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추후 전문가들은 홍순영이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던 것이라 추정하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것이 쉽게 접할 수는 없는 단어였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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