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의 역대급 불운? 네일도 부상, 최지민도 빠지고… 다목적 히든카드가 살리나

김태우 기자 2024. 8. 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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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민과 네일이 빠지면서 KIA 벤치가 김기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도 흥미로워졌다 ⓒKIA타이거즈
▲ 김기훈은 긴 이닝을 소화해본 경험이 있고, 선발 경험도 또래들에 비해 있는 편이다. 2~3이닝을 던지는 투수로도 활용될 수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의 2024년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다. 타격 코치로 2024년 새해를 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태로 캠프 도중 팀의 감독을 맡았다. 올해 1군을 운영하면서도 좋은 일, 나쁜 일을 모두 겪었다. 어수선한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끈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한 경기에 30실점을 하는 등 안 좋은 기억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선수들의 부상만 놓고 보면 사실 운이 없는 편이다. 한 시즌 내내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팀 전력의 핵심이자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선발진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며 시즌 운영이 어려웠다. KIA는 토종 에이스인 양현종을 비롯,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로 개막 로테이션을 짰는데 8월 26일 현재 양현종을 제외한 네 선수가 모두 없다. 다 부상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메워왔다. 지난해 대체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우완 황동하가 한층 성장했다. 로테이션 한 자리를 비교적 잘 메워주고 있다. 우완 파이어볼러 김도현도 시즌 중 선발 전환이라는 난이도 높은 과제를 잘 수행하며 한 자리를 꿰찼다. 두 선수가 특급 선발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로테이션이 완전히 폭삭 주저앉는 것은 막아냈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과 과감한 기용이 돋보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네일까지 빠지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마지막 점 하나를 찍으려는 KIA의 발걸음도 무거워지고 있다. 24일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아 골절된 네일은 25일 응급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 중이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사실상 아웃이다. 포스트시즌에 돌아온다고 해도 1~2주 정도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가 어려워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머리가 아프다. 신이 계속 이범호 감독에게 숙제를 내주는 형국이다.

역대급 불운 속에서 이 감독이 내놓을 다음 카드도 주목을 모은다. 일단 KBO리그는 30일부터 잔여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경기가 쭉 이어질 수도 있지만 경기 없이 쉬는 날도 생긴다. 꼭 5명의 선발 투수가 다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다. 실제 KIA의 경기 일정을 보면 9월 9일 이후로는 경기가 매일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선발이 필요한 시기도 있기에 고민이 된다.

여기에 불펜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던 좌완 최지민도 다시 2군에 내려가 선발과 불펜 모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여기서 주목을 받는 선수가 바로 좌완 김기훈(24)이다. 아직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다용도 자원이다.

1군에서 활약하지 못해 잠시 잊혔던 김기훈은 시즌 중반 미국에서 단기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돌아온 뒤 확실히 나아진 모습으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시즌 9경기에서 9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때로는 멀티이닝, 때로는 짧게 활용되면서 점차 KIA 불펜에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1군에서 성적으로 자신감을 찾자 최근 경기력이 안정화되는 양상도 보인다.

▲ 네일과 최지민이 이탈한 상황에서 김기훈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IA타이거즈

최지민의 공백을 메울 선수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네일의 대체 선수가 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 지난해 최지민이 KIA 불펜에서 소중했던 이유는 좌완이지만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최지민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9,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4로 비슷했다. 다른 원포인트 좌완과는 조금 다르다. 올해 김기훈도 우타자에게 약하지 않다. 아직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4, 우타자 상대로는 0.182다.

이런 장점은 오프너 혹은 선발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고교 시절부터 에이스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김기훈은 프로 초창기에도 선발로 뛰는 날이 적지 않았고, 당장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기억도 있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에다 올해 9경기 중 2이닝 투구도 두 번이다. 김도현도 그런 임무를 하다 선발로 옮겨간 바 있다. 꼭 5이닝이 아니더라도 경기 초반 3~4이닝을 맡기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9월부터는 엔트리가 확장되기에 불펜 쪽에 최소 2명 정도가 더 추가될 수 있고, 전문 선발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안을 짤 수도 있다. 오프너와 벌크가이, 혹은 탠덤 방식 등 KIA가 집어들 수 있는 카드가 여럿 있다. 현시점 불펜에서 2이닝 소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선수인 김기훈은 여러 방안에서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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