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통로' 된 텔레그램…CEO 체포에 '표현의 자유' 논쟁
'러시아' 출신인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것에 대해 러시아와 프랑스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텔레그램이 범죄의 온상으로 쓰이는 것을 방치했다는 두로프 CEO의 혐의에도,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체는 프랑스 관리들을 인용해 "프랑스는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러시아 작전의 표적이 됐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부 내 다른 인사들의 불만을 샀다"고 전했다. 이에 두로프 CEO의 체포가 텔레그램의 암호화된 통신을 해독하려는 서방 정보기관들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러시아는 "프랑스의 간접적인 적대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우리는 즉시 프랑스당국의 두로프 CEO에 대한 구금 이유를 설명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그의 권리 보호와 영사 접근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프랑스 측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국제기구들을 향해 "2018년 러시아가 텔레그램을 차단했을 때 인권단체들이 이를 비난했던 것처럼 인권을 보호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지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로프 CEO는 전날 저녁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프랑스 현지 경찰에 붙잡혔으며 25일 기준으로 최대 96시간 동안 구금될 예정이다. 두로프 CEO는 아동 포르노 유포 등 범죄에 텔레그램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 프랑스 당국의 단속 협조를 거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간 텔레그램이 추적이 어려워 성매매, 마약 밀매업 등 여러 범죄에 악용되고 있었는데도 손 놓고 있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해 현재 약 10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유용한 뉴스 소스가 되면서 러시아, 홍콩 등에선 반정부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됐으나 한편에서는 유해 콘텐츠와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두로프 CEO는 2015년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단 1바이트(byte)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자신의 SNS 'X' 게시물에 '#FreePavel(파벨 석방)' 해시태그를 붙여 두로프 CEO의 체포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머스크 CEO는 그러면서 "유럽이 권위주의 국가들의 대륙이 되고 있다"며 "2030년을 앞둔 지금, 유럽에서 당신은 밈(Meme)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처형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 CEO는 2006년 SNS(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를 개발해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키웠고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VK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VK 지분을 매각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2013년 독일에 머물며 메신저 텔레그램을 출시했으며 이후엔 텔레그램 본사가 위치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 중이다. 현재 두로프 CEO는 UAE와 프랑스의 시민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러시아는 여전히 두로프를 러시아 시민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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