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 3色, US오픈 타이틀을 노리는 조시알 [남자단식 프리뷰]
올해 세계 테니스 남자단식은 결국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야닉 시너(이탈리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상위권을 노렸던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캐스퍼 루드(노르웨이) 등은 여전히 현재 톱 3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조코비치, 시너, 알카라스(나이순, 이하 조시알)가 모든 이슈 거리와 스포트라이트를 다 가져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한여름이 지나가며 시즌 초반 출전 경기 수가 많았던 선수들이 이상하리만큼 퍼지는 경우가 많아지며 현재 톱 3와, 경쟁 선수들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올해 US오픈도 결국은 조시알 중 우승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3인 3색, 이번 US오픈 타이틀이 가장 유력한 세 선수를 위주로 남자단식 프리뷰를 소개한다.
올해 그랜드슬램 무관, 조코비치
US오픈에서 그랜드슬램 V25를 노린다
조코비치 올해 부문별
(ATP 투어 10경기 이상, 올림픽 포함)
경기 수 : 36경기 / 공동 46위
다승 : 29승 / 18위
승률 : 80.56% / 3위
평균 세트 : +1.36 / 3위
평균 게임 : +4.61 / 3위
타이브레이크 : 10승 4패
37세가 된 조코비치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하락세를 보이는 듯 했다. 그의 안방과도 다름 없었던 호주오픈에서는 새로운 스타, 야닉 시너의 벽에 막히며 4강에서 탈락하고 말았으며, 이후 상반기 대회에서의 행보 또한 예년에 비하면 저조했다. 2월 중동 대회를 건너 뛴 조코비치는 3월 인디언웰스에서 32강 탈락 이후, 마이애미오픈을 포기했다. 프랑스오픈 이전 클레이 시즌에서도 최고 성적은 4강이었다. 노쇠화가 뚜렷해지며 천하의 조코비치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본격적인 시즌은 프랑스오픈부터였다. 두 경기 연속 5세트 경기에서 승리하며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이 여파로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긴 했으나(프랑스오픈 8강 기권), 윔블던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철인'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건강한' 조코비치에게 시너와 알카라스를 제외하면 20대 어린 선수들은 여전히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조코비치는 올림픽마저 제패하며 그의 염원과도 같았던 골든 슬램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조코비치는 올해 출전 경기 수가 고작 36경기에 그치고 있다. 이 부문 1위인 즈베레프(68경기)와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는 조코비치가 올해 유난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대회를 골라 뛰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럼에도 승률, 평균 세트, 평균 게임과 같은 수치는 여전히 3위에 올라있다. 시즌 누적 데이터는 그에게 단지 숫자일 뿐, 평균 데이터로 본다면 시너, 알카라스와 함께 여전히 톱 3에 위치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가장 마지막 공식 경기는 올림픽 결승전이었다. 이후 조코비치는 이번 시즌 그래왔듯 무리해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US오픈 이전 북미 시리즈를 모두 건너 뛰었으나, 조코비치의 컨디션을 더이상 의심해서는 안 된다. 실전 경기력 부족은 더이상 조코비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소리임을 이번 시즌 그가 몸소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2005년 첫 그랜드슬램 데뷔 이래로, 조코비치는 현재까지 24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마가렛 코트(호주)와 함께 그랜드슬램 통산 최다 우승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아직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없다. 조코비치가 그랜드슬램을 차지하지 못했던 때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생했던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7년 만에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무관의 위기에 쳐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보면 조코비치의 컨디션은 프랑스오픈, 윔블던, 올림픽 때보다 더 좋아 보인다. 여기에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두 선수가 의외의 이슈에 직면했다. 하단에 조금 더 상세히 기술하겠지만 알카라스는 발목 부상이 염려되고 있으며, 시너는 금지약물 사태로 인해 뭔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조코비치는 경쟁자들에 비한다면 커다란 외적 이슈 없이 대회에 출전한다.
여기에 동기부여는 조코비치의 가장 큰 무기이다.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기록 도전이라는 조코비치의 동기부여는 이번 US오픈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조코비치가 만약 올해 우승한다면 오픈 시대 이후 지미 코너스, 피트 샘프라스, 로저 페더러와 함께 통산 5회 우승 타이 기록도 세울 수 있다. 본인이 목표하고자 하는 바는 어떻게든 이뤄내고 마는 조코비치의 투쟁심은 이번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에서 가장 강해질 것이다.
예상 대진은 흥미롭다. 랭킹대로라면 조코비치는 3회전에서 알렉세이 포피린(호주)와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조코비치는 이미 호주오픈(2회전), 윔블던(3회전)에서 포피린을 물리친 바 있다. 단일 시즌 그랜드슬램에서 세 차례나 맞대결이 성사되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4회전에서는 작년 4강 맞대결을 펼쳤던 벤 쉘튼(미국)과의 리턴매치를 기대할만 하다.
조코비치는 이번 US오픈을 통해 그랜드슬램 V25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는 않는다.
<야닉 시너 @ 게티이미지코리아>
금지 약물 소동
경기 외적 요소와 싸워야 하는 시너
시너 올해 부문별
(ATP 투어 10경기 이상, 올림픽 포함)
경기 수 : 53경기 / 4위
다승 : 48승 / 2위
승률 : 90.57% / 1위
평균 세트 : +1.74 / 1위
평균 게임 : +5.15 / 1위
타이브레이크 : 16승 6패
이번 시즌 초만 하더라도 시너의 세상이 도래한 줄 알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너는 호주오픈에서 그의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냈다. 그리고 암로오픈(네덜란드 로테르담, ATP 500)에서 또다시 우승했다. 비록 인디언웰스 4강에서 알카라스에게 패하며 그의 연승 행진이 중단됐으나, 3월까지 시너의 1분기 성적은 무려 22승 1패였다. 승률은 무려 95.7%. 존 맥캔로(1984년 96.5%), 지미 코너스(1974년, 95.9%)에 이어 단일 시즌 최고 승률 3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제는 시너의 시대인 것처럼 보였다.
1분기 성적이 너무 대단해서였을까. 시너의 2~3분기 성적은 냉정히 기대 이하다. 물론 테라보트만오픈(독일 할레, ATP 500), 신시내티오픈(미국, ATP 1000)에서 타이틀을 추가했으나, 기대했던 그랜드슬램에서는 준결승(프랑스오픈), 8강(윔블던)에서 낙마했다. 생애 첫 출전이 기대됐던 올림픽은 편도염으로 출전을 철회했다. 시즌 승률은 아직 90% 이상을 유지 중이지만 너무나도 강렬했던 1분기에 비해 2, 3분기에는 성적이 하락한 것으로 보였다.
시너가 선호하는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그런데 대회 개막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시너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인디언웰스 기간 중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뉴스였다. 하지만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즉각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사건을 급속히, 그리고 완벽하게 진정시켰다. 보통 2년의 징계가 내려져야 정상인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지만 시너는 무처분이었다. 상금과 랭킹포인트는 잃었지만, 대회 출전에 지장이 없는 것만으로도 시너에게는 커다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이 때문이다. 동료 선수들은 시너의 무처분 징계에 대해 매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언제나 바른 청년,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시너는 한순간에 역적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것도 아닌 금지약물 이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의가 아니었을지라도 금지약물은 금지약물이다. 추후 징계가 완화되더라도 시너는 어찌됐건 처벌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 동료 선수들이 제기하는 '형평성' 문제다.
결국 시너는 경기 외적인 요소를 다스리는 것이 이번 US오픈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 그랜드슬램 개막을 앞두고 이러한 일이 터진 것도 그러하며, 극성스러운 전세계 기자들이 시너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어쩌면 관중석에서의 야유까지도 시너는 예상해야 한다. 고의가 아니었을지라도 미디어, 그리고 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외적인 문제를 잘 다스린다는 가정 하에, 시너는 여전히 몬스터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승률, 평균 세트, 평균 게임은 모두 1위다. 시즌 초반 약점으로 지적됐던 타이브레이크인데 7월 이후 시너의 타이브레이크 성적은 8승 1패다(상반기 8승 5패). 이제는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시너는 좀처럼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시너 특유의 안정감은 오를대로 오른 상태다.
시너의 초기 라운드 대진 역시 좋다. 이변이 없다면 시너는 8강에서 메드베데프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오픈(결승전, 시너 승), 윔블던(8강, 메드베데프 승)에 이은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 맞대결이다. 어차피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라면 경쟁자들을 모두 꺾어야 함이 당연하지만 시너의 대회 후반기 대진은 상당히 타이트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너의 US오픈 최고 성적은 2022년 8강. 개인 최고 성적 경신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가운데, 시너와 관련된 뉴스와 그의 인터뷰는 이번 US오픈 기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 게티이미지코리아>
부상이 발목 잡을까?
그랜드슬램의 사나이, 알카라스
알카라스 올해 부문별
(ATP 투어 10경기 이상, 올림픽 포함)
경기 수 : 46경기 / 공동 19위
다승 : 38승 / 공동 5위
승률 : 82.61% / 2위
평균 세트 : +1.46 / 2위
평균 게임 : +5.02 / 2위
타이브레이크 : 14승 9패
2022년, 알카라스는 US오픈을 차지하며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는 모두들 아는대로다. 작년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의 커리어슬램을 겨우 저지하는데 성공하며 그의 유일한 경쟁자로 평가 받았다. 모든 선배 선수들에게 인정 받으며 알카라스는 향후 ATP를 이끌어 나갈 스타 플레이어로 확실히 발돋움했다. 그를 상징하는 '바모스'는 최근 테니스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알카라스는 불안했다. 호주오픈에서 즈베레프에 패하며 의외로 8강에서 짐을 쌌다. 경쟁 선수들이 대부분 유럽 대회에 출전했던 2월, 알카라스는 그가 선호하는 클레이코트 남미 대회에 출전했다. 첫 대회였던 아르헨티나오픈(ATP 250)에서는 4강에 그친데 이어, 리우오픈(ATP 500)에서는 발목 염좌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18분 만에 당한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인해 알카라스가 정상 궤도로 진입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시즌 출발이 굉장히 불안해 보였던 이유다.
알카라스는 첫 부상을 인디언웰스 우승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그에게 제철과도 같았던 클레이 시즌에서 알카라스의 두 번째 부상이 의심됐다. 이번에는 오른 팔꿈치였다. 알카라스는 마드리드오픈에서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 나머지 클레이코트 대회는 모두 건너 뛰었다. 랭킹포인트를 쌓을 절호의 찬스를 팔꿈치 부상 여파로 인해 놓치고 만 것이다.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인 롤랑가로스를 앞두고 알카라스의 부상 전력은 또다시 그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데 충분했다.
이 또한 기우였다. 알카라스는 결국 롤랑가로스를 따냈다. 그리고 이어 열린 윔블던마저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알카라스는 올해 세 차례 우승했는데 그 중 두 번이 그랜드슬램(프랑스오픈, 윔블던)이었다. 여기에 올림픽 은메달까지. 언제나 부상이 염려되던 알카라스였는데, 오뚝이마냥 우두커니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최정점을 지켰다.
이번에도 상황이 유사하다. 알카라스는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신시내티오픈에서 가엘 몽피스(프랑스)에 패했다. 시너와 마찬가지로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알카라스인데, 이날 드디어 그가 라켓을 부술 정도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더욱 큰 문제는 또다시 오른 발목이다. 최근 프란시스코 세룬돌로(아르헨티나)와의 연습 세션에서 알카라스는 또다시 오른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이 조기에 종료된 가운데, 알카라스는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발목 부상을 완벽히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는 한여름 미국에서 열리는 5세트 매치이다. '건강한' 상태에서도 힘든 경기들의 연속인데, 알카라스는 발목 부상의 의구심 속에서 싸워야 한다.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알카라스는 타이브레이크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게 연달아 타이브레이크 패배를 당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현재 빅 3 중, 알카라스는 타이브레이크 성적이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알카라스의 올해 타이브레이크 승률은 60.87%. 올해 10회 이상 타이브레이크 상황을 맞이한 선수 중 28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타이브레이크 이전에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알카라스에게는 보다 필요한 올해 성적이다.
2021년 처음으로 US오픈에 데뷔한 알카라스는 그간 8강 - 우승 - 4강의 성적을 냈었다. 그리고 올해 그랜드슬램 성적은 무려 18승 1패다. US오픈 데뷔 대회부터 유난히 강했고, 올해 그랜드슬램의 사나이 면모를 보이고 있는 알카라스인 만큼 실력은 큰 걱정이 아니다. 다만, 발목 부상의 여파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이번 대회 내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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