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마다 예방정비 철저 보수 잘하면 100년도 거뜬"
볼트 교체도 대충할 수 없어
수만t 바닷물 퍼내고 작업
LNG 대비 탄소 4천t 감축
발전비용도 12.8조 절감 효과
최근 찾은 경북 울진 한울원전 3호기. 1998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노형으로 건설된 최초의 원전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한울 3호기가 순조롭게 운영되면서 우리 기술로 원전 종합설계 시대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출력은 1000㎿(메가와트)다. 한울본부에는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8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다. 빈 땅에는 신한울 3~4호기가 곧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사 진행을 중단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공사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
이 중에서도 한울 3호기가 최근 4880일 무정지 연속운전 신기록을 달성했다. 원전은 연료를 장착하고 1년 6개월(18개월)을 1주기로 운전한 후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다. 한울 3호기는 2008년 7월 25일부터 올 7월 27일까지 10주기, 16년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원전 최장기간 무정지 연속운전 기록이다.
하나의 주기가 끝나면 계획예방정비가 이뤄진다. 이때는 발전소 가동을 멈춘다. 올해로 26년 된 한울 3호기가 새로 지은 원전만큼 안전성을 갖춘 것도 철저한 예방정비 덕분이다.
한울 3호기의 사례는 원전 수명 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온다. 한울 3호기도 2037년이면 40년의 설계수명이 다한다. 불과 13년 후의 일이다. 또 한 번의 10주기 무정지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현재 계속운전을 80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10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예방정비와 유지보수를 철저하게 진행해 원전을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는 게 탄소 감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울 3호기를 찾은 날은 10주기를 넘어 20주기 무정지 기록을 세우기 위해 예방정비가 한창이었다. 한수원 자체 인력과 협력사 직원까지 수천 명이 한울 3호기 곳곳에서 볼트, 너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점검 중이었다.
이준하 한수원 차장은 "올해 예방정비의 주 공정은 냉각수로 활용하는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구 쪽 이물질 여과기의 앵커볼트 수백 개를 교체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취수구는 수심 7m 바다 아래에 있다. 이 작업을 위해 작업자들은 수천~수만 t의 바닷물을 퍼냈다. 펌프 여과기 볼트 교체 하나도 대충 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닷물을 다 퍼낸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울 3호기가 16년 무정지 기록을 세운 건 부품, 설비가 고장 나지 않게끔 예측진단과 예측운전을 잘해 왔기 때문"이라며 "적기에 대규모 설비 개선이 있었던 것도 결정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울 3호기는 저압터빈 3개와 고압터빈 1개로 발전기를 돌린다. 올해 예방정비 대상인 저압터빈은 이미 완전히 분해돼 있었다. 터빈 날개는 양쪽 7개씩 14개였다. 터빈 분해 후 점검, 장착까지 꼬박 한 달 정도 걸리는 작업이다.
조영호 한수원 설비개선처 차장은 "계획예방정비는 다음 1주기(18개월) 원전을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며 "18개월간 발전을 하면서 체크해 둔 항목들 위주로 중점 점검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16년 무정지운전 기간 동안 아찔한 순간도 없지 않았다. 2019년에는 발전기를 냉각하는 펌프 고장이 발생했지만 4분 만에 원인을 파악하고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숙련된 직원들의 신속한 위기 대응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울 3호기가 4880일 동안 생산한 전력량은 115TWh(테라와트시)로 대구광역시의 7년간 전력 사용량인 114TWh를 넘어선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전력 생산 대비 약 12조8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LNG발전과 비교해 4170t의 탄소 감축 효과도 볼 수 있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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