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전 드라마' LG 충격 방출에 대만 가나 했더니, 기적의 빅리그 복귀…"나도 아버지도 울었어요"

김민경 기자 2024. 8.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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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내티 레즈 케이시 켈리(왼쪽)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버지가 먼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었어요."

케이시 켈리(35, 신시내티 레즈)는 지난달 눈물을 흘리며 정든 한국을 떠났다. LG 트윈스가 19일 새벽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약 6억원)에 계약하면서 켈리에게 방출을 통보했기 때문. 켈리는 2019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올해 방출 전까지 약 5년 6개월 동안 헌신한 에이스였다. 지난해 LG의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끈 에이스이기도 했기에 자존심이 구겨졌을 법했다. 켈리는 KBO 통산 163경기, 73승46패, 989⅓이닝,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고 짐을 쌌다.

켈리는 지난달 20일 LG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시즌 초에 교체설을 들었고, 지금도 들었는데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서 보낸 5년 반이란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팬들이 나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절히 대해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눈물로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웨이버 이적 가능 기간인 일주일 동안 한국에 더 머물렀다. KBO리그에서 자신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길 기다린 것이다. 아울러 가까이 대만프로야구(CPBL)에서 뛸 기회도 함께 알아봤다. 당시 야구계에는 켈리가 거의 대만에 갈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켈리가 향한 곳은 고향 미국이었다. 신시내티에서 켈리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했고, 켈리는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인 루이빌 배츠로 배정됐다. 루이빌 배츠는 켈리의 아버지인 팻 켈리가 감독으로 있는 팀이었다. 켈리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데 만족했다.

팻 켈리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켈리에게 은퇴하기 전에 우리 팀에 와서 투수를 하라고 했다. 그게 올해일 줄은 몰랐다"며 반겼고, 켈리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코치, 우리 감독과 함께한다"며 기뻐했다.

켈리는 트리플A 2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8이닝,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러다 2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합류했다. 신시내티 구단이 앨런 부세니츠를 지명할당(DFA) 처리하면서 켈리가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켈리는 2018년 이후 6년 만에 빅리그 복귀 기회를 잡았고, 콜업 당일 바로 복귀전을 치렀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원정 경기에 10-2로 앞선 7회에 등판해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8년 9월 27일 이후 2159일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개인 통산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 케이시 켈리와 팻 켈리 부자(父子). ⓒ 루이빌 배츠 홈페이지 캡처
▲ 마이너리그 2000승 감독 팻 켈리(왼쪽)와 LG 트윈스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던 케이시 켈리. ⓒ 루이빌 배츠

한 달 사이 벌어진 기적이었다.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선수 생활을 어떻게 이어 갈지 막막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브를 챙겼으니 미국 언론의 눈길을 당연히 끌 만했다.

미국 AP통신은 '팻 켈리 감독은 가끔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콜업 소식을 전할 때 약간의 재미를 더하는 것을 좋아한다. 켈리 감독은 24일 밤 경기 뒤 불꽃놀이를 진행할 때 그라운드에 있는 아들 켈리에게 25일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최대한 간결하게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내일 당신을 위해 선발 등판하겠죠'라고 답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하지만 케이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켈리는 빅리그로 복귀하게 됐고, 켈리 감독이 그의 가족에게 둘러싸여 소식을 전할 때는 어떤 농담도 섞여 있지 않았다. 웃음도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켈리가 KBO를 오랜 시간 거쳐 오는 동안 보지 못했던 순간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켈리는 "나와 아버지는 몇 초 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먼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켈리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을 때 켈리의 나이는 18살이었다. 그리고 2012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샌디에이고와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를 거치면서 26경기에서 2승11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LG에서 뛰면서 직구와 커브에만 의지했던 패턴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을 더하고, 또 타순이 3~4바퀴 도는 동안 경기를 운영하는 법도 익혔다. LG가 지난달 말 켈리를 방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마친 신시내티는 투수진의 부상으로 수혈이 필요했고, 켈리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켈리는 아버지를 위해 뛰기 위해 루이빌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샌시내티 구단에 35살 선수의 오른팔에 여전히 생명이 남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말고 다른 기대는 없었다'고 했다.

켈리는 "돌풍과 같은 한 달이었다. '내가 여전히 여기서 던질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조금은 있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모두 던질 수 있었고, 최고의 투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들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내 투수로서 기술에 자신감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빅리그는 정말 어렵다. 최고 중의 최고인 곳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은 "켈리는 그의 일을 잘 해냈다. 긍정적인 분위기와 반응이 우리 팀이 딱 원하는 모습이다. 켈리가 딱 맞는다"고 칭찬했다. 켈리는 복귀전의 긍정적인 기운을 이어 가면서 올해 LG에서 방출된 아픔을 털어낼 수 있을까.

▲ 데이비드 벨 신시내티 감독은 또한 “켈리가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냈다. 켈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 팀에 딱 맞는다”고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했다. ⓒ곽혜미 기자
▲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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