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민 “농사 어떻게 지으라고…지천댐 결사반대” 김태흠 지사 성토

송인걸 기자 2024. 8.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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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충남지사가 26일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청양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르자 댐 반대 군민들이 “김태흠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충남 청양이 환경부의 기후환경 대응댐(지천댐) 후보지로 발표된 가운데 김태흠 충남지사가 26일 오후 민선8기 3년차 시·군 방문 일정에 따라 청양을 찾았다. 지천댐에 반대하는 군민들은 집회를 열어 “지천을 막으려는 자, 지천을 끊으려는 자, 우리의 생명줄을 끊으려는 자를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6일 오후 2시,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지천댐 결사반대 지천댐 백지화 촉구대회’가 열렸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군민 200여명이 ‘김태흠은 물러가라’, ‘농업인 다 죽는다’, ‘군민갈등 조장 마라’ 등 손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복영수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촉구대회의 막을 열었다. 그는 “분통 터지고 열 받는다. 지천댐이 청양의 구세주라고 하는데 전국 어디에도 식수댐 상류가 발전된 곳은 없다”며 “청양은 인구가 적지만 불의 앞에 목숨 걸고 싸운 기상이 높은 고장이다. 지천을 막으려는 자, 지천을 끊으려는 자, 우리의 생명줄을 끊으려는 자를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민들은 손팻말을 들어 흔들며 “지천물 빼내서 서부권 주려는 김태흠은 물러가라”를 연호했다.

26일 오후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지천댐 백지화 촉구대회’에서 군민들이 “지천댐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내어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일방적으로 청양 지천댐 건설을 발표하자 다음 날 충남도는 환영했다. 청양군민은 환경부와 충남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도는 댐 건설에 찬성하는 일부 군민을 만난 뒤 청양군민 90% 이상이 댐 건설을 찬성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도는 댐을 건설하면 건설에 따른 이익, 관광상품 개발을 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홍보하지만 댐을 건설해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없다”고 비판했다.

군민들은 “지천댐은 충남 서북부에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게 목적일 뿐 청양군민의 식수가 아니다. 댐이 건설되면 안개와 서리일수가 50% 이상 증가하고 일조량이 부족해 농산물 소득은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민들은 “사람과 가축은 안개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지역은 경제소득 저감과 부동산 가격 하락, 댐 상류 투자 미비 등으로 지역소멸을 앞당길 게 뻔하다. 우리는 결단코 지천댐 건설을 막아 청양군민의 생존권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숙 전 충남도의원 등이 지천댐 건설에 반대하며 삭발했다.

김명숙(가운데) 전 충남도의원 등 청양군민 3명이 26일 지천댐 백지화 촉구대회에서 지천댐 건설에 반대해 삭발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촉구대회를 마친 군민들은 오후 4시 김태흠 충남지사와 도민과의 대화 행사가 열린 청양문화예술회관 대강당으로 진입해 “김태흠은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며 반발해 파행을 빚었다.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 지천댐 건설을 찬성한 이유는 홍수와 가뭄에 대응해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홍수와 가뭄을 물려주는 것”이라며 “지천댐은 국가사업이다. 반대하더라도 얘기를 듣고 반대해 달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여러분이 뽑은 도지사로서 청양을 사랑한다. 저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 자리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냉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으나 댐 건설 반대 군민들의 “물러가라”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한 축산농민은 “소를 키운다. 전염병은 준비하면 예방하지만 안개 등으로 인한 소 호흡기질환은 막을 수 없는데 대책있냐”고 물었다. 김 지사가 “댐 건설로 가축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댐을 만들지도 않았고 피해가 어느 정도 일지도 알 수 없다. 대화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지 않겠냐”고 대답하자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진환(56·장평면 지천리)씨는 “밤, 콩, 고추 농사를 하는데 올해 안개가 많아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 댐을 만든다는데 정부가 왜 민민 갈등을 빚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 정책은 충분한 사전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내일 환경부가 지천댐 설명회를 한다는데 찬반 대결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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