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 종부세·금투세 이어 상속세도 손대나…당내 의견도 분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18 전당대회 당선 일성으로 '상속세 완화'를 강조한 이후, 민주당이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며 상속세 완화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액을 상향하는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며 중산층 또는 '수도권 주택 소유자' 표심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이 전체 피상속인 중 6.8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상속세 일괄공제 상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6일 비공개 정례 정책회의에서 상속세 개편 등 세제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당초 민주당 기재위 위원들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담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비판하며 정부 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대표가 상속세 공제액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뒤 관련 법 개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에선 일괄공제액와 배우자공제액을 상향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상속세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상속세는 사망자인 피상속인의 채무를 뺀 재산에 대해 유가족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인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공제(2억)+인적공제(자녀공제)' 등 공제액을 합친 금액과 일괄공제액(5억) 중 큰 금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배우자의 경우 법정 상속지분 내 실제 상속가액과 배우자상속공제액(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 간단히 말해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을 할 경우 재산이 10억 원이 넘지 않으면 현행법 하에서도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공동상임부위원장인 임광현·안도걸 의원은 지난주 상속세 공제한도를 최대 18억 원, 15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기존의 '10억'에서 상향 조정한 것은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어 지지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616만 원(KB부동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2914만 원(KB부동산)이다. 현행 상속법 체계에서는 10억 원이 넘는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은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는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상속세 공제제도가 27년째 바뀌지 않았고,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가 4배 뛰었다"며 "서울 지역의 상속세 납부비율은 2.9%(2010년)였으나, 2023년에 15.0%가 됐다. 서울에 사는 중산층이 상속세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조정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민주당 안도걸 의원도 일괄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을 현행 5억에서 각각 7억5000만 원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세금을 많이 공제해줄수록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상속세는 상위계층이 내는 세금으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서울에 집을 한 채 가지신 분들을 '중산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이들이 빠르게 납세 대상으로 흡수되는 걸 막는 것에 정책적 목표를 뒀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다만 이처럼 관련 법안이 연달아 발의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상향 범위에 대한 당내 합의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상속세 납부 대상 규모도 서울같은 경우 현재 16%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일괄공제를 상향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구체적 금액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에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일괄 공제 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서의 상속세 납부 비율이 증가하게 된 것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인데, 부동산 정책이 아닌 상속세 공제 확대 정책으로 이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또 다른 한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공제 확대를 우선 검토하고, 일괄공제 확대 범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서울 집값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 부분을 상속세 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 접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일괄공제 확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세통계포털에 공개된 '상속세 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피상속인 29만2545명 중에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세자는 1만9944명, 과세비율로 따지면 6.82%에 그치는 등 상속세 납부 인원 자체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민주당 안은) 최고세율을 낮추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보다는 '초(超)부자 감세'라는 측면에서 완화된 안이긴 하지만, 여전히 6.82%에 불과한 최상위 집단을 대상으로 세금을 깎아준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공제액 18억은 너무 많다"며 일괄공제 상향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옛날에는 100명 중 1~2명이었지만 지금은 5~6명이 된 것은 자산가치가 늘어났고 양극화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상속세를 내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을 과거처럼 줄이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히려 과거처럼 소수의 사람만 상속세를 내게 하는 게 현재의 사회 현상과 사회 발전에 비추어서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제를 늘려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이들의 수를 과거처럼 대폭 줄인다는 것은 양극화 사회에 비추어봤을 때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만큼, 조세체계에도 이같은 현상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상속세 과세비율이 증가하면 조세 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에 상속세의 유지를 위해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속세 과세비율은 2020년(2.90%), 2021년(3.70%), 2022년(4.53%), 2023년(6.82%)을 거치며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서울 중위 아파트 가격이 10억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서울의 절반이 상속세의 대상이 된다면 상속세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민간의 돈을 정부로 옮겨오는 것이라 조세저항이 클 수밖에 없고, 세제를 유지하려면 저항이 적은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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