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 교체 스텝 꼬인 대통령실…방문진 새 이사 임명 효력정지 판결

박순봉·박용하·이보라 기자 2024. 8. 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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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으로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던 대통령실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실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임명함으로써 MBC 경영진 교체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에 따른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감수하면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법원이 방문진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면서 대통령실은 선임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트랩에 걸렸다”고 평가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법원 판결 후 “사법부 판단은 늘 존중한다”며 “항고심에서 판단 받게될 것이다.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이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임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본안 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임명한 여권 성향의 방문진 이사들은 ‘일시 정지’ 상태를 맞게 됐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자승자박 결정을 한 셈이 됐다. 당초 대통령실과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방통위원장 임명→탄핵안 의결→사퇴 후 재임명’의 수를 주고 받으며 힘싸움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1·2대 방통위원장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같은 방식으로 물러났다. 반면 이 위원장은 앞선 방통위원장과 달리 사퇴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방문진 이사 선임을 마무리해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탄핵 절차를 수용키로 정한 것이다. MBC 경영진을 교체할 기반을 마련한데다, 탄핵이 기각되면 민주당 등 일부 야당에겐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원이 MBC 측 손을 들어주면서 대통령실의 다음 스텝은 모두 꼬이게 됐다. 당장 MBC 경영진 교체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뤄진데다 그 결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이 위원장이 탄핵안 절차를 밟고 있어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 방통위도 기능을 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야당 추천 몫 2명을 임명하더라도 5인 체제인 방통위는 여야 2대 2 구도가 만들어져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

게다가 2인 체제 자체에 대해 법원이 문제 삼은 점은 향후 이 위원장의 탄핵 여부 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날 “2인 위원으로 방통위원장에 부여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2인 체제’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방통위에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뤄진 인사권 집행이 사법부 결정에 의해 그 효력이 침해된 것은,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윤석열 정부 국정 주요 과제 추진에 있어 사법부의 돌발적 결정으로 인해 중대한 지장이 생긴 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본안 판단을 기다려야 된다”며 “꼭 민주당 일방적인 승리나 이런 것으로 (법원 결정을) 볼 수 없다. 위법성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인 체제의 위법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으로) 여권 인사만으로 구성된 2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는 위법성, 부실하고 졸속적인 이사 선임의 위법성이 재확인됐다”며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이자 과방위 소속인 노종면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정권 전체가 이진숙한테 완전히 놀아난 셈”이라며 “탄핵 전에 버틴 이진숙의 말을 들었다가 이젠 사퇴시키지도 못하고 트랩에 걸린 것”이라고 적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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