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들롱’이란 패션의 영원한 클래식
알랭 들롱이 지난 8월 18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신이 남자로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알랭 들롱. 요즘 표현으로 ‘얼굴 천재’의 美친 미모를 소유한 알랭 들롱은 찬란한 필모그래피와 함께 레전드 패션 신(scene)을 남겨왔다. 조각 같은 외모, 모든 것을 눈으로 말하는 눈빛,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패션까지, 알랭 들롱이란 ‘고전적 남성미학’을 감상하며 그를 추모해본다.
1960년대에 청춘부터 2000년대 청춘에까지,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는 영화를 감상하는 순간 모두에게 ‘인생 영화’ 또는 ‘인생 패션’이 된다. OST까지 완벽한 이 영화를 더욱 완벽하게 하는 건 패션이다. 등장 인물들의 모든 패션이 감탄을 쏟아내게 하지만, 알랭 들롱은 걸치는 패션마다 마스터피스가 되게 한다. 린넨 셔츠와 수트, 보트 슈즈 등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이 연기한 ‘톰 리플리 패션’은 ‘톰 리플리 컬렉션’이라고 불릴 만큼 근사하고 지금 보아도 우아하고 세련 됐다.
알랭 들롱의 ‘톰 리플리 패션’은 이탈리안 클래식과 리조트 웨어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난 해 빅 패션 트렌드였던 ‘올드 머니 패션’의 완벽한 스타일 바이블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심리 스릴러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설 에선 이탈리아에 있는 허구의 장소 몬지벨로(Mongibello)가 배경이다. 비극으로 치닫는 영화 스토리와 상반되게 지중해의 천국같은 햇살로 가득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이스키아(Ischia)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톰 리플리(알랭 들롱 분)가 친구이자 방탕한 부잣집 아들 필립(모리스 로넷 분)의 옷장과 수트 케이스에서 그의 명품 재킷과 로퍼를 몰래 입어보다 들키는 신이 있다. 옷장과 수트케이스의 옷들을 보면 마치 구찌, 토즈와 같은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 백 스테이지를 보는 듯 하다.
톰 리플리는 필립을 살해한 후, 죽은 친구의 호사스런 옷장의 사치스런 옷을 꺼내 입고 다닌다. 이 비극으로 치닫는 순간에 알랭 들롱은 영화 속에서 가장 눈부신 패션쇼를 펼친다. 멋진 화이트 피케 셔츠를 입고 있는데, 가슴이 많이 드러나도록 위쪽 두 개 단추를 풀어 놓는다. 소매의 단추도 풀어서 소매단을 말아 올렸다. 그 위에 근사한 그레이 수트를 입었지만, 수트 재킷을 입지 않고 어깨에 걸치고 있거나 접어서 소매에 걸쳐 들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한 수트 스타일링과 애티튜드이지만, 그 당시는 매우 신선했다. 이탈리안 수트를 입었지만, 입는 방식은 무심한듯 시크한 ‘프렌치 시크’의 패션 애티튜드라 해야할까. 톰 리플리 룩은 그 이후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 배우와 패션 애호가들에큰 영향력을 끼쳤다.
‘태양은 가득히’만큼 레전드가 된 리조트 룩은 1969년 영화 ‘수영장(La Piscine)’이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를 배경으로, 패션계에서 ‘코트 다쥐르(Côte d’Azur: 리비에라 해변이 니스, 카, 생트로페 등의 고급 휴양지) 패션’이라고도 부르는 ‘리비에라 시크’를 펼친다. 이 영화는 여름 영화의 고전이다. 젊은 시절의 알랭 들롱, 모리스 로네, 로미 슈나이더, 제인 버킨을 한 프레임 속에서 볼 수 있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미장센 만큼이나, 패션 영향력도 컸다.
특히 영화 속 알랭 들롱의 수영복 스타일이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뷔아르네(Vuarnet)의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장에 누워있는 장면이 매우 아이코닉하다. 알랭 들롱은 디올 ‘오 사바쥬(Eau Savage)’ 향수의 모델이었는데, 이 수영장 신의 잔상이 너무 강렬해서 ‘오 사바쥬(Eau Savage)’ 향수 광고 캠페인에 사용하기도 했다.
알랭 들롱은 고급스런 클래식 리조트 웨어와 함께 ‘프렌치 느와르’ 패션으로도 레전드가 됐다. 1967년 영화 ‘르 사무라이(Le Samourai)’의 그 유명한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는 고독한 킬러의 전형이 됐다. 트렌치 코트, 중절모, 외로움, 고독, 말없는 과묵함 등 ‘킬러’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장면들이 ‘르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을 통해 탄생됐다. 주윤발 주연의 ‘첩혈쌍웅’도 영화 ‘르 사무라이’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다.
1969년 영화 시실리안(Le Clan Des Siciliens)과 1970년대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Borsalino)’에서도 알랭 들롱은 또다른 프렌치 느와르 시크의 패션을 레전드로 남겼다. 이 영화에서 알랭 들롱은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와 펠트 모자로 갱스터 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알랭 들롱은 스타일리시한 남성미를 재정의했다. 그는 떠났지만 알랭 들롱의 스타일은 남겨졌다. 그의 전성기 시절 영화를 보면 영화 속 스타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수트의 중요성, 고급스러운 소재의 선택, 디테일에 대한 주의, 그리고 옷을 입고 행동하는 애티튜드까지. 알랭 들롱은 떠났지만, 그의 스타일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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