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에 학교도 군대도 발칵…“국가 재난 선포해야”

강윤서 기자 2024. 8. 26.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대화방서 “여군에 능욕 메시지 보내고 반응 인증해라”
SNS서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 확산…“누구나 피해 대상” 우려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대화 내용 ⓒSNS 캡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영상 제작·유포 범죄로 인한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인하대 등에서 여학생 얼굴을 나체 사진을 합성한 영상이 유포된 데 이어 중·고등학교와 군대에서도 유사한 종류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지역·학교", "가해자 아이디" 등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제보와 폭로가 속출하고 있다. 혹시나 '나도 피해자 아닌지'하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관련 제보 글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X(옛 트위터)에는 "피해자 명단", "얼굴 사진", "우리 지역" 등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이 만들어진 '피해 지역·학교 명단'도 떠돌고 있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학교 소속 학생들의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려 100여 곳이 넘었다. 이외에도 전국 각 학교·지역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희롱했다. 실제 텔레그램의 채팅방 검색을 지원하는 '텔레메트리오'에서 '겹지방'(겹지인방)을 검색한 결과, 이날 기준 3500여명이 구독하고 있는 '대학별 겹지방'이 바로 검색됐다. 이 외에도 1800여명이 구독 중인 '대학 겹지방' 등 유사한 텔레그램 채널도 발견됐다.

이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이 무단 저장해 범죄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봇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는 링크가 공유되기도 했다.

여군을 상대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대화방의 사진도 빠르게 확산됐다.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해당 대화방은 참여 인원이 900명이 넘으며 대다수가 현역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군을 '군수품'이라 칭하며 비하했다. 해당 대화방 '관리자'가 올린 글에 따르면 대화방 참여를 위해선 여군의 군복 사진과 전화번호, 소속, 계급과 나이 등 개인정보를 운영자에 제출해야 한다. 또는 여군에게 '능욕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한 반응을 인증 사진으로 보내야 가입을 허용한다고 한다. 최근 인하대 사건이 논란이 되자 "당분간 '능욕 메시지' 보내기 미션 등을 수행한 사람 외에는 받지 않겠다"는 추가 공지까지 올라왔다.

ⓒSNS 캡처

'사진 내리기', '계정 비활성화' 움직임도…"SNS 안 해도 피해 대상"

전국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이 제작·유포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자 '프로필 사진 내리기', '계정 비공개 설정' 등 조언도 오갔다. 한 고등학교 학생회 SNS 계정에는 "현재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신상 및 딥페이크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개인 사진을 내려 피해를 예방하시기 바란다"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런 일(디지털 성범죄)이 벌어지고 있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 명"이라며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인이 내 사진을 나체와 합성하고 신상을 유포할까봐 잠도 못 주무시는 분들이 많다"며 "온라인상에 떠도는 '당장'의 대처법은 SNS에 올린 사진을 다 내리라는 것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 촬영을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졸업앨범의 사진을 가지고도 온갖 성범죄를 벌이는 추악한 범죄자들이다. SNS를 하지 않는다고 피해 대상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정말 진정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면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면서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제가 추적 활동을 하던 4년 전에도 매일같이 일어났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도 이날 10대 청소년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범죄가 촉범소년 규정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만 10대 청소년 10명이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으로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까지 초·중·고등학교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가 10건 접수됐고 이와 관련해 14세 이상 청소년 10명을 입건했다"며 "해당 범죄에 대해서도 촉법소년 규정이 적용되며, 시교육청 등과 함께 사례, 처벌 조항 등을 정리해 학교별로 진출해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에 대한 것도 만들어 퍼지고, IT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 중심으로 확산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범죄 행위로서 처벌받을 수 있고, 이러한 범죄 전력은 향후 사회생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교육청과 협의해 학생들에게 교육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