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늪’ 빠진 尹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보니
朴, ‘친일 사관’ 논란에…“피해자·가해자 역사 천년 흘러도 불변”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사관' 논란,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 논란이 도화선이 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착수키로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괴담 선동'이라며 반발하면서도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친일 논란에 휩싸였던 역대 보수 정권의 선례, 당시 대통령들의 친일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파훼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친일' 논란에 '극일' 내세운 尹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정상회담만 11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성과는 있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12년 만에 '셔틀 외교'(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 만난다는 의미)를 복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던 조치를 백지화했다. 양국 정상 간 신뢰관계도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9월 퇴임 전 마지막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거사' 문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한 바 있으나,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 윤 대통령도 대응을 삼갔다. 대신 공식성상에서 '극일'(일본을 뛰어넘는)을 강조하며 '과거'가 아닌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극일' 의지에도 정부의 친일 사관 논란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뉴라이트 인사' 논란은 국회의장과 야6당이 정부의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역사관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흡수통일 방식의 통일비전을 제시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해선 "반자유·반통일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정부 핵심 인사들의 '입'은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되레 불을 댕겼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하면서 거센 비판이 일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로)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해명하면서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 설치됐던 독도 관련 조형물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전쟁기념관 등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이 잇따라 철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시로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친일 논란을 야당의 '정략적 공세'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26일 민주당이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착수키로 한 데 대해 "광우병, 사드, 후쿠시마에 이어 이제는 독도 지우기, 계엄령 준비설까지 야당은 괴담 아니고서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냐"며 "강성 지지층을 위해 근거 없는 선동을 했다면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朴 '日=가해자' 천명…MB '독도 기습 방문'
'역사관' 논란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반복돼 왔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친북‧친중 논란이 불거졌고,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친일‧친미 논란이 제기됐다. 그 중에서도 국민 감정과 직결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보수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돼 왔다. 다만 과거 보수 정부의 대통령들은 윤 대통령과는 달리 친일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하는 '투 트랙 대응'을 보여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임기 초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그는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 신년 외신기자회견에서 "새로 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해서 사과하라거나 반성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취임 직후 3·1절 기념사에선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 없다"며 '미래지향적 관계'에 의욕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나아가 친일 인명 공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국민화합 차원'에서 친일 인사의 공과를 같이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친일 논란'은 임기 내내 계속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12년, 광복절을 5일 앞두고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기습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는 동안 주변에선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와 전투기, 초계함, 무장헬기 등을 동원한 경호작전이 펼쳐졌다. 일본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야권은 '보여주기식 쇼'라고 비판했으나, 당시 홍일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은 "영토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미 대선 당시부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는 한국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한국은) 여러 번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되면서 관계가 정상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과거의 문제를 내세워가지고 발목을 잡으면 그게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일가 친일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외교 특사를 일본이 아닌 중국에 가장 먼저 보내며 균형 외교를 시도했다. 취임사에서는 주변국들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일본 앞에 거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아예 외교의 우선순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순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권의 '친일 공세'가 계속되자 박 전 대통령은 2019년 3·1절 기념식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우리와 동반자가 되어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이 강제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의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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