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한도·만기 줄이고, 갭투자용 전세대출 막는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4. 8.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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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대출총량 관리
신한, 자체 DSR로 심사 강화
생활안정자금 대출 중단 검토
KB, 마이너스통장 한도↓
전세대출 갈아타기 불허
대출 덜 받고 빨리 갚으면
금리 낮춰주는 버팀목 모델
은행들 적용 여부 검토나서

◆ 가계대출 관리 ◆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지난달부터 두 달간 대출 금리를 22차례나 올렸지만 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가계대출 폭증에 가격(가산금리) 인상으로만 대응해왔던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대출 상품 취급 중단 등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총량 관리'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만 대출을 관리해 이자마진을 늘린다고 질타하자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정부 기준보다 엄격하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도록 권고했다. 예를 들어 정부의 DSR 기준이 40%라고 해도 이에 맞출 필요 없이 은행들이 자체 심사로 30%, 35%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식이다.

가장 먼저 실행에 나선 것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정부가 설정한 DSR에 따라 대출 한도를 부여해왔던 것에 더해 자체적으로 심사 강화를 통해 대출 한도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주의 소득수준에 따라 DSR이 계산되지만, 이에 더해 소득 안정성 등 추가 요인까지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시작돼 대출받을 수 있는 총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데, 여기에 은행 자체적으로 심사를 강화하면 불붙은 가계대출 관리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신한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대출과 거치식 주담대 운영 중단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는 모두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거치식 주담대는 일단 일정 기간 이자만 냈다가 이후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인데, 다주택자들이 갭투자를 할 때 초기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받는 경우가 많은 상품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주담대 등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이날 대출 심사와 관련해 강화된 안을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주담대 기간을 기존 최장 50년(만 34세 미만)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거치형 주담대 운영도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제한이 없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하고,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 적용도 제한해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노린다. 또 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즉 나대지에 대한 담보 대출을 중단하고, 타행 전세자금 대출 대환도 불허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불리는 '통장자동대출'도 한도를 기존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우리은행 역시 다음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의 최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 대출의 경우 소유권 이전과 신탁등기 말소 등을 전제로 조건부로만 내주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제한한다. 지역별로 설정된 소액임차보증금에 해당되는 금액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한도가 5500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인 버팀목·디딤돌 대출에 적용된 모델을 쓸 수 있을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버팀목·디딤돌 대출을 받는 차주가 대출 한도의 30% 이하 금액만을 신청하면 금리를 0.1~0.2%포인트 우대해주기로 했다. 또 대출을 받았어도 빠르게 상환하면 남은 대출 잔액에 대해서는 금리를 낮춰주고, 반대로 더디게 갚으면 가산금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에서도 이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꼭 필요한 만큼만 대출받게 하고, 최대한 빨리 대출을 갚게 해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금융당국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지난 7월 이후 22차례나 단행됐던 5대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상 릴레이는 당분간 없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처럼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예대금리차 확대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8월 들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 역시 면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도 가계대출 문제가 불거지자 대응에 나섰다.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은 이사회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대출 금리 등 가격 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 심사를 체계화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 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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