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놓고···야 "당장 사퇴해야" vs 여 "정치적 공방"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자격을 두고 여야 간 공방전이 벌어졌다. 야당은 김 관장의 취임 전후한 시점의 발언들을 두고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고 여당은 "정치적 공방"이라고 맞섰다. 독립기념관장 제청권자인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 관장은)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첫 일성이 '친일 이분법을 넘어가야 한다, 혹시나 친일파로 몰리고 있는 사람들을 구명해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이런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게 타당한가, 헌법정신에 부합한가. 저 분은 당장 사퇴해야 하고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도 강 장관을 향해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최적의 후보자를 제청했다고 생각하나"라며 "저는 이번 임명과 관련해 절차상으로도 잘못이 있었고 독립기념관장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분들 중 제청하도록 돼 있지 않나. 그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과정에 혹시 국가보훈부가 개입했나. 위원회의 위원장이나 위원들은 독립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한 게 확실한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임원추천위원회의 오영섭 위원장은 김형석 관장이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역사와미래'의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던 분"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향후에라도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나"라고 물었다.
강정애 보훈장관은 이같은 지적들에 "어떤 특정 의원의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의견과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독립기념관장 임명 절차는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여러 법과 규정과 절차에 의해 진행이 됐다"며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진행, 임명됐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주어진 법률과 규정과 절차에 의해 선정된 기념관장이고 보훈부가 (임명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독립기념관의 이사회와 임추위에 관련된 분들이 다 결정했고 저는 결과 보고만 받았다"고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관장을 직접 향한 지적도 나왔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김 관장을 향해 "관장님은 2023년 12월 한 보수단체 행사에서 '1945년 8월15일 광복됐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것은 역사를 정확히 모르고 하는 거다, 그리고 1948년 8월15일 정부를 세운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게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라고 했다.
이어 "1945년 광복됐다는 것은 인정하시나. 관장 자격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하자 김 관장은 "관장 자격으로는 제가 코멘트할 내용이 없다.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또 "건국의 아버지로 받드는 이승만 대통령도 1948년 7월24일 취임연설 마지막에 '대한민국 30년 7월24일'로 쓰신 것을 알고 계시나.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이에 김 관장은 "관장으로서 저더러 판단하라 하시면 관장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므로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에 "관장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는다는 건 관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했고 이에 김 관장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이 또 "사퇴할 의사가 있나"라고 묻자 김 관장은 "없다"고 답했다.
여당에서는 야당의 이같은 지적들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라고 맞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8.15 광복절을 전후해서 또 역사 논쟁이 재현됐다. 건국이 언제냐, 1919년 건국이 맞냐, 1948년 건국이 맞냐 이런 논쟁이 시작됐다"며 "여기 광복회장과 민주당이 가세함으로 갈등이 굉장히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1919년 건국설, 1948년 건국설이 저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1919년 건국은 선언적 건국이고 1948년 건국은 실질적인 건국이라 본다"라며 "국가의 3대 요소가 무언가. 영토, 주권, 국민이다. 주권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엄청난 희생을 했다. 그래서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다. 그러니까 1919년부터 1948년까지 30년이란 세월은 건국의 실질에 이르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또 "과거 민주당 지도자들도 1948년 건국을 인정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라고 이야기했다"며 "싸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며 "왜냐면 독립기념관장에 자기가 추천한 사람을 안 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정치적으로 서로 공방을 한다. 입장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하고 자기 주장을 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한다"며 "심지어 요즘은 윤석열 정부를 친일, 밀정 정권이라고도 공격한다. 친일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쓰기 좋은 소재다. 정치적 이득을 보기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 관장의 회의 참석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강 장관을 향해 "저도 깜짝 놀랐다. (김 관장이) 계속 웃고 있고 자세를 고쳐 가면서 피식거리는 모습을 봤다"며 "국회의원은 개인의 자격으로 와 있는 게 아니다. 하나의 헌법기관 아닌가. 그런데 기관 대 기관으로 와서 픽픽거리고 웃고 있으면 되겠나. 공직자의 자세가 맞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강정애 장관은 "어느 경우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를 맡은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제 자리에서도 김 관장님 얼굴이 곧바로 보이는데 속된 말로 비웃는 표정을 짓고 계신다. 위원장님, 저희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지만 독립기념관장에게도 경고를 주셔야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좀 근엄한 표정을 짓고 계시길 바란다. 웃지 말고 근엄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계시길 바란다"고 했고 이에 야당 의원석에서는 "왜 (관장의 태도를 지적한) 동료 의원을 조롱하시나"라는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여당 간사를 맡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사관 논란이 벌어지는 역사학 교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지향적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오늘 민생에 대한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미래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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