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툭툭' 제조부터 판매·호출까지···동남아 질주하는 K서비스
엠블 '타다' 수수료 제로 앞세워
패스앱·그랩과 '3강 구도' 구축
자회사 어니언 배터리 교체 맡아
급여 선지급 서비스 페이워치 등
금융·교육분야서도 진출 잇따라
AI학습 '콴다' 인니·태국 등 순항
23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상업·문화 중심지 벙껭꽁 구역에서 택시를 잡고 중심가 모니봉 대로에 들어서자 수많은 삼륜차 사이에서 익숙한 브랜드 ‘타다(TADA)’가 보였다. 캄보디아 외에도 싱가포르·베트남·태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타다는 우경식 엠블(MVL)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차량 호출 서비스다. 2018년 당시 한국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출시한 국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와는 무관하지만 주요 연구개발(R&D)을 한국에서 진행하고 한국인 인력을 다수 채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K팝·K드라마·K뷰티에 이어 한국인 창업가가 만든 K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엠블은 타다 서비스를 동남아 4개국에서 제공하면서 현지 차량 호출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랩’이나 ‘고젝’ 등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달하는 서비스와 현지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동남아에서 승객 점유율 기준으로 2위(싱가포르)와 3위(캄보디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 삼륜차를 직접 제조하는 사업으로도 진출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동남아에서는 이외에도 국내 핀테크(금융 기술) 스타트업 페이워치, 에듀테크(교육 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등이 활약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빈약해 현지에서 ‘툭툭’이라고도 부르는 삼륜차가 일반 자동차, 오토바이와 함께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쓰인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동차나 삼륜차를 불러 이용하는 차량 호출 시장을 두고 현지 업체인 ‘패스앱’과 동남아 1위 사업자 ‘그랩’, 타다가 경쟁하고 있다. 2019년 현지 시장에 진출한 타다는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플랫폼) 사용료만 일부 받는 박리다매 정책을 펼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타다 운영사 엠블은 2021년 자회사 어니언(ONiON)을 설립해 전기 삼륜차 제조·유통 사업도 펼치고 있다. 동남아 각국에서 삼륜차가 운송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직접 차량 제조에 나선 것이다. 현지에서 삼륜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주로 이를 택시로 운행하는 기사인 만큼 장시간 배터리 충전에 따라 영업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필요할 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차량을 제조하고 있다. ‘배터리 스와프(교체)’라고도 불리는 배터리 탈부착 서비스는 소비자가 어니언이 운영하는 프놈펜 시내 14곳 거점에 방문하면 언제든 받을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이날 오후 프놈펜 뚤꼭 지역 인근 거점인 ‘어니언메가스테이션’에 방문하자 차량 배터리를 교체하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니언메가스테이션은 배터리 16개를 충전할 수 있는 거치대가 총 20개 설치돼 있어 동시에 320개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어니언이 생산하는 전기 삼륜차는 보통 3개의 배터리를 부착해야 해 이는 차량 약 100대의 배터리를 동시에 바꿀 수 있는 양이다. 배터리 탈부착은 2~3분 내에 완료돼 일반적인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과 시간이 비슷하다.
현지 소비자는 어니언 차량의 경제성에 주목해 차량을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어니언 삼륜차 ‘T시리즈’를 구매한 속립엉(40) 씨는 “일반적인 LPG 삼륜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 삼륜차 운영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구매를 결정했다”며 “실제 운행해보니 조작도 편하고 배터리 교체도 쉬워 주변 지인에게도 T시리즈를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니언메가스테이션에서 배터리 교체 업무를 총괄하는 체이 비블(27) 씨는 “낮은 전기차 운행 비용을 이유로 어니언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하루에 100대 이상의 교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블은 추후 타다·어니언 등 산하 사업을 지속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전기 삼륜차 기업 어니언의 경우 태국과 베트남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이미 4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고 싱가포르에서는 그랩에 이은 2위 사업자로 올라 있는 타다의 경우 홍콩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우 대표는 “기반을 둔 동남아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나중에는 동북아 시장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홍콩·한국·일본·대만 등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모빌리티를 넘어 금융과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휘준 대표가 2019년 창업한 국내 스타트업 페이워치는 월급날이 다가오기 전 일부 급여를 선지급해주는 금융 서비스로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은행과 제휴를 맺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대기업에 다니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급여를 미리 지급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매출을 낸다. 근로자 복지를 강화하고 이직률을 낮추려 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주 협업 대상이다. 페이워치가 확보한 협력사는 피자헛·KFC·이케아·세븐일레븐·샹그릴라호텔 등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는 2019년부터 해외에 진출해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한 누적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웃돈다. 콴다는 이용자가 사진을 찍어 올린 수학 문제에 대한 풀이와 답변을 5초 내외의 빠른 시간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교육에 특화한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발전하고 있다.
동남아로 나서는 스타트업들이 늘면서 정부도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싱가포르에서 아세안(ASEAN) 지역 대형 투자사와 한국벤처투자 간 2억 7000만 달러(3780억 원) 규모의 글로벌펀드 결성식을 가졌다. 이번에 결성된 펀드 중 1670만 달러 이상은 한국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 예정으로 이런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통해 아세안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아세안 지역에 2027년까지 10억 달러 이상 글로벌 펀드를 조성하는 등 우리 벤처·스타트업의 아세안 진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프놈펜=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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