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참아" 간호사 총파업 임박…정부 "조정 역할에 총력"

천선휴 기자 2024. 8.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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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 병원 노조원 2만여명, 29일 동시 파업 예고
"정부는 참으라고만, 적극 나서야"…노조, 27일 野와 면담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환자가 총파업 투쟁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공의들이 떠난 후 반년 동안 빈자리를 메워오던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이 "더이상은 못 참겠다"며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이 파업을 기점으로 의료 대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전체 노조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만여명만 참여하는 데다 필수의료 담당 인력은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대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마지막까지 조정 역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례회동에서 파업과 관련해 비상진료체제 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2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예고했던 29일 총파업을 앞두고 각 병원 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는 29일 새벽까지 밤샘 교섭에 돌입하더라도 타결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6개월 동안의 의료 공백을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헌신해 여기까지 지켜왔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9~23일 공공병원 31곳, 사립대병원 30곳으로 총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1%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이 어렵다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제 연차와 무급휴가를 사용하게 하면서 의료 공백의 책임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있다"며 "현재 전공의 업무의 60%를 간호사들이 하고 있지만 그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사립대병원의 경우 무급 휴직을 강요해 1만1000개의 무급 휴가가 발생했다. 하루 일당으로 치면 한 조합원당 약 100여만 원씩은 임금이 삭감된 것"이라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임금은 되레 깎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노조는 각 병원별로 협상에 돌입했다. 병원 측도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28일 전야제 전까지는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도 27일 노조와 협상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노조에서도 더 끌지는 않을 것 같고 병원 측에서도 27일 타결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한 환자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노조 총파업 투쟁 선전전을 바라보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다만 협상이 결렬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에 기름을 부어 심각한 의료 대란에 이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조와 병원의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전체 220개 지부, 8만5000명의 조합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3분의 1 정도만 파업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의료 공백을 만들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빅5 병원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빅5 병원 중 노조에 속한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인데 이 두 곳은 노동쟁의 조정신청 대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필수 인력도 100% 가까이 투입해서 외래 진료가 불편한 정도에서 그칠 것이고 장기 파업으로 갈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도 "필수유지 협정서라고 해서 파업 상황이 발생해도 필수의료는 최소한으로 남겨두는 것으로 계약이 돼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병원 관계자도 "파업 상황을 예상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며 "많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어서 큰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노조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총파업 투쟁 선전전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하지만 문제는 노조의 요구사항들을 병원 측이 들어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 병원 관계자는 "현재 61개 기관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게 진료 정상화"라며 "이건 병원에서 들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결국은 정부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로 지금의 상황을 함께 해결해 주시길 요청한다"며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을 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하여 집단행동 보다는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 정부"라면서 "의사들이 집단 진료 거부를 할 때는 '제발 돌아와달라'고 하더니 우리에게는 '참아달라, 자제해달라'고만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태를 빠르게 해결할 정책 대안들을 내고 협상도 타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불러서 얘기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27일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보건의료 파업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열린 주례회동에서도 "비상진료체제 유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27일 더불어민주당과 단독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빅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포함한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이 자리에서 현재 본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간호법'과 처우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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