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발의 조건 달지 않겠다”던 한동훈, ‘공수처 수사 후 검토’로 후퇴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제3자 추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시한으로 제시한 26일까지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여권 분열 포석에 따라갈 건 아니다”라고 이유를 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발의하겠다던 기존의 약속에서도 후퇴한 인식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장난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훨씬 위험성 높은 (특검)법안을 던져놓은 상황에서 (나한테 발의까지) 열흘 준다, 이건 여권이 분열될 거란 포석을 두는 건데 내가 따라갈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며 열흘 안에 발의하라는 요구를 최종 거절한 것이다.
한 대표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통화 내역을 언론에 흘리는 등 공격적인 수사를 한다면서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 여부를 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결과 미진할 때 특검하자는 것도 논리적으로 가능한 얘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당내에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당대표 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의 수사종결 여부를 제가 말하는 특검법 발의에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며 “사족을 달면 국민 여러분이 또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발언과 달리 이날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많다고 언급했다. 당내 여론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당내) 이견을 좁히는 절차를 밟고 있다. 언제까지 하는지 보자 그럴 일은 아니다”라며 “정 급하면 자기들(민주당)이 대법원장 (추천) 특검으로 독소조항 빼고 새로 법안 발의하고 처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근들은 이날 “대표 회담을 하지 않고 영수 회담으로 가려는 의도”(장동혁 최고위원, SBS라디오), “상도에 어긋난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YTN라디오)고 시한을 못박은 민주당의 의도를 공격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당시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제3자 추천 방식의 자체 특검법 발의를 약속했다. 지난 달 23일 당대표에 선출된 뒤 한 달이 넘은 시점까지 특검법 발의나 당내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약속을 어겼다고 공세를 폈다. 향후 민주당 특검법안을 밀어붙이거나 제3자 추천 법안을 야당이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검 발의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 대표 본인”이라며 “대국민 약속이 장난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다를 줄 알았더니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조 대변인은 “대표 회담을 생중계하자는 열의만큼 특검에 열의가 있었다면 진작 발의하고도 충분한 시간”이라며 “힘이 없는 것인가, 용산(대통령실)에 미움받을까 용기가 없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본인이 특검법을 핸들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한 달 만에 밑천이 바로 드러난 정치인도 드물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인이 자기가 한 약속을 어떻게 그렇게 능청맞게 뒤집을 수 있느냐”며 향후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선 “상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엔 한 대표가 특검법을 발의하지 않은 것을 명분으로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진 민주당 특검법안을 다시 강행 처리하자는 의견이 많다. 다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조성된 여야 지도부의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 조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그러나 보도 이후 한 대표는 특검 실시 등에 있어 조건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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