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폭염의 경제학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4. 8.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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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무더위가 최장 열대야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미국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의 책 '폭염 살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미국 1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3000억달러(약 400조원)가 사라진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구 온도가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30년 최소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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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무더위가 최장 열대야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서울은 지난 23일까지 34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는데,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118년 만에 처음이다. 제주는 42일째 열대야를 겪으며, 최장 기록(2013년 44일)에 근접했다.

폭염의 부작용이 단순히 잠을 설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의 책 '폭염 살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미국 1년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3000억달러(약 400조원)가 사라진다. 알리안츠 리서치는 폭염이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0.8%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구 온도가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30년 최소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ILO는 노동시간 감축 규모를 일자리 개수로 환산하면 8000만~1억3600만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과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냉방·의료비 지출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다른 소비재 구매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폭염에 따른 긴급구호·공공보건서비스·인프라스트럭처 보수 비용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제금융센터는 "폭염이 심해질 경우 생산량 증진을 저해하고 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상승한 물가의 10%가량이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폭염은 노인과 빈곤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충동적 행동을 유발해 자살·총기 사고·혐오 발언·강간·폭력 등의 사고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고서도 있다.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필요하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지적처럼 출구를 찾기 위한 인류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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