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의 도시, 55개의 사실 같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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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한 사람의 행동은 오롯이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선택은 정말 자신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소설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당신에게 있어 틀림없이 그 의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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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원제 le città invisbili)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의 행동은 오롯이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선택은 정말 자신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소설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당신에게 있어 틀림없이 그 의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되어줄 것이다.
이탈리아의 소설가인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가 1972년 출간한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걸작이라 평가를 받는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가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사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마르코 폴로도, 쿠빌라이 칸도 아닌 수많은 도시들이다.
이 소설에서 마르코 폴로는 9개의 장을 통해 총 55개의 도시를 묘사하는데, 소설 안에서 설명되는 모든 도시는 실재하지 않으며 때로는 초현실적이거나 마르코 폴로가 살았을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현대의 문물이 소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묘사되는 ‘지르마’라는 도시에서는 지하철과 비행선이 등장하며, 5장에서 묘사되는 ‘멜라니아’라는 도시는 도시의 모든 주민들이 평생 동안 자신에게 걸맞은 배역을 연기한다고 서술하는 식이다.
당연히 소설에서 각 장의 처음과 끝 부분에 등장하는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 칸의 대화 역시 전부 가상의 대화이다. 이 이야기에서 실제 역사와 일치하는 대목은 오직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을 만나 원나라 황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실 역사소설이 아닌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그러나 문학의 가치는 작품 속 배경이나 사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허구를 통해 익숙해진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소설의 참된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소설을 읽는 동안 현실의 문제에서 잠시 도피하는 데 그친다면 그 소설은 단순히 일시적인 오락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훌륭한 소설은 단순한 오락의 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비록 허구에서 비롯되었더라도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물론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설 속의 도시들은 모두 가상의 도시이지만 그 도시들은 현실사회의 여러 면모들을 재구성한 것들이다.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주민들에게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도시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절제 없이 확장만을 거듭하여 그 속은 무질서와 혼란으로 가득찬 우울한 도시도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게 해준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또한 어떻게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이성현 충남대 철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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