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울타리’를 넘어서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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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는 이러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마음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길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한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얼마나 큰 사회적 슬픔으로 다가왔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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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남 | 자립준비청년 출신·한국고아사랑협회장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아름답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다양한 손길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집을 고쳐주거나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면접 코칭(지도)까지 해주는 단체들이 있다. 금융 멘토링은 물론, 재무설계부터 금전 사기로 인한 파산 신청을 도와주는 변호사 단체도 있다. 많은 기업이 요리, 중장비, 전기, 프로그래밍 등 아이들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어떤 기업은 아이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기 위해 해외캠프나 국내 유명 관광지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준비청년들만의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보육원에 있는 보호아동뿐 아니라 보육사들까지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등 지원 대상 역시 넓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세상과 맞서 싸워 이기고자 하는 열정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의지와 노력을 보이면 지원단체들 역시 보람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많은 단체에서 아이들에게 따듯한 한 끼를 제공하며 든든한 어른, 단단한 버팀목,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자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아이들에게 인생의 나침판, 성공적 자립을 위한 사다리, 나아가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언덕이 되어주고 있다. 이렇듯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든든한 어른이 되어주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은 참으로 희망적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깊이 들어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은 친부모의 지원을 받는 청년들 사이에서 열등의식을 느끼며 미래에 대해 한숨을 쉬면서도,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마음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 출신인 필자는 지원받는 일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원받으면 받는 대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잘해야만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가끔은 삶의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든든함’으로 수식되는 많은 말들이 홍보 문구로 사용되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든든함’이라는 단어처럼, 우리가 모두 청년들에게 든든한 이웃이나 울타리가 되어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청년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좋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 역시 그 청년과 같은 외로움이나 사회적 아픔을 겪을 수 있음을 기억하고 함께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자신의 출신 배경을 드러내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자립준비청년만이 소극적으로 사업에 지원했다면, 현재는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 자립의 길은 끝이 없기에,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고민과 상처를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이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길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한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얼마나 큰 사회적 슬픔으로 다가왔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청년의 사정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아픔에 동참하며 애도했다. 이제 우리는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진솔한 아픔을 자주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진정으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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