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C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를 임명한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26일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집행정지란 정부 기관이나 행정청이 내린 처분의 집행 또는 효력을 임시로 멈추는 법원의 명령이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임 이사 6명의 취임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임명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권 이사장 등이 본안소송을 통해 2인 체제의 심의·의결에 의한 임명 처분의 적법·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심문 결과만으로는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임명처분의 효력정지가 방문진 이사회의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선뜻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김태규 신임 부위원장과 함께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을 선임했다. 이에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한 현직 이사 3명 등은 법원에 방통위 이사 선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이들에 대한 임명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후 법원은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이사 6명을 새로 임명한 처분의 효력을 이날(26일)까지 잠정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이날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송요훈 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본부장, 송기원 MBC 저널리즘스쿨 전임교수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은 방문진 이사 임명 절차에 지원한 후보자일 뿐”이라며 “임명 처분이 계속된다고 해서 곧바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