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수도권 한도 7000만원 줄인다…은행장들 간담회 열고 가계부채 논의
은행연합회와 주요 은행장들이 모여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대출금리 인상 외의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다양한 방안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인상은 당국이 원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질책한 지 하루만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이사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등 7개 회원사 은행장 및 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출금리 등 가격중심의 대응이 아닌 은행별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9월 시행예정인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와 은행권 내부 관리목적 DSR 산출 등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주택시장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거나 확대될 수 있어 대응방향을 논의했다"라며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는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7월부터 22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내놓은 추가 조치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566조5762억원으로 이달 들어 6조8171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인 지난 7월 수준(7조5975억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의 최장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 기존에는 만 34세 이하는 50년, 그 외는 40년까지 분할 상환이 가능했다.
만기가 줄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연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9월 시행되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적용받아 수도권에서 만기 50년 대출(연 4% 기준)을 받을 시 최대 한도는 6억7200만원이나, 만기가 30년으로 줄면 6억600만원으로 한도가 6600만원 감소한다. 같은 조건으로 연소득 5000만원 차주는 기존한도 3억3200만원에서 3억300만원으로 2900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민은행은 주담대 거치기간도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신규 주택 구입 시 1년,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는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낼 수 있었으나 오는 29일 신규취급 대출부터는 원금과 함께 상환해야 한다. 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주담대 총량 관리를 위해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중심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인다. 대출 모집법인의 취급 한도도 월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한다. 갭투자 방지를 위해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물건 등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중단한다.
이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신한은행도 다주택자에 한해 생활안정자금대출을 한시적으로 취급 중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또 국민·우리·신한은행은 일제히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상품 취급을 중단한다. 해당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면 소액 임차보증금(서울 기준 5500만원)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대출한도 축소 효과가 난다.
금리인상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출 조이기는 당국이 바라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날 이복현 원장은 KBS 방송에 출연해 "은행이 쉽게 가려고 가계대출 금리를 올렸지만 당국 바람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고 금리인상 방식의 가계대출 관리 방식을 비판했다. 이어 "은행이 DSR 관리를 자체적으로 한다든가 갭투자 대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는데 앞으론 부동산 시장 상황을 비춰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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