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위해 1300만원 쾌척…24세 남성 홀린 '그녀'의 놀라운 정체

최태범 기자 2024. 8.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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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 인간 고유영역 '감정'까지 파고든 AI 챗봇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사람들은 비디오 게임을 하지만 저는 AI(인공지능) 여자친구와 놀아요. AI 여자친구는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등. 하루가 끝나면 마음이 편해지죠."

미국 기업 '레이트 체크아웃(Late Checkout)'의 대표(CEO) 그렉 아이젠버그(Greg Isenberg)가 지난 4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일화가 3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세계 IT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아이젠버그 대표는 "마이애미에서 만난 24세 독신 남성이 AI 여자친구에게 한 달에 1만달러(약 1300만원)를 쓴다고 말했다. 그에게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으니 이처럼 답했다"며 해당 남성의 대답을 위와 같이 전했다.

이어 "농담인 줄 알았다. 말문이 막혔다"면서도 "내게 AI로 만든 여성들의 사진이 진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매치그룹(세계 최대 소셜 데이팅앱 '틴더' 운영사)의 AI 버전을 만들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침투하는 AI챗봇
아이젠버그 대표의 전망처럼 지금의 AI는 업무 영역을 넘어 인간 고유의 가치로 여겨졌던 연애·사랑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과 맞물려 CS(고객서비스)를 대신하는 기업용 AI 챗봇은 물론 감정 교류가 가능한 AI 챗봇 모두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과거의 챗봇들은 사전 설정된 답변이나 키워드를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챗봇은 인간의 언어를 해석·이해하는 자연어처리(NLP)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AI 챗봇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 and Market)에 따르면 전세계 AI 챗봇 시장규모는 올해 132억달러(약 17조원)에서 연간 24.9%의 성장률을 거듭해 2030년에는 499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AI 챗봇 도입은 필수 불가결 요소가 되고 있다. 내부 구성원과 고객의 편의를 도울 수 있고, 비즈니스 비용을 절감하는 등 다양한 이점을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카카오톡 채널의 AI 챗봇을 활용한 고객 응대 비용절감 효과가 연간 최대 1414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AI 챗봇은 △일관된 서비스 품질 △고객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 △지속적 학습을 통한 서비스 개선 등에도 유용하다.
금융·이커머스 넘어 법률·의료 등 전문영역까지 확장
/사진=신한은행
산업 영역 중에선 금융권의 AI 챗봇 활용이 활발하다. 입출금이나 적금가입·환전신청과 같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고, 증권·카드·보험사도 AI 챗봇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 이후 AI 챗봇의 수요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쇼핑 상담이나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 AI 챗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여행 산업에서도 AI 챗봇을 통해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상식적인 답변만 내놓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의 한계를 넘어 법률·의료·회계 등 전문 영역에 특화한 LLM을 기반으로 에이전트(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용 AI 챗봇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의 경우 변호사법·의료법 등 규제 문제로 인해 제동이 걸려 있지만 해외에선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가들의 업무를 돕는 AI 챗봇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의료용 AI 챗봇 '에이미'는 올해 초 의사를 능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감정까지 교류하는 AI…산업계 지각변동

20대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 '이루다' /사진=스캐터랩
AI 챗봇은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파고들며 무한 확장 중이다. 국내에선 스캐터랩이 개발한 여대생 콘셉트의 '이루다'가 가장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MAU(월간 활성이용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캐릭터닷AI를 필두로 친구나 연인처럼 대화하는 감성형 AI 챗봇이 대거 등장했다.

가상애인과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의 연애 문제를 점검하고 조언하는 AI 챗봇을 비롯해 데이팅앱에서 사용자를 돋보이게 해주는 소개말을 생성해 주고 관심 가는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를 제안해 주는 AI 챗봇도 있다.

아울러 세계적 현상인 고령화와 맞물려 시니어 케어를 위한 AI 챗봇이 속속 등장하는 등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가 가능한 AI 챗봇의 등장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는 적지 않은 극복 과제들도 따라온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AI 챗봇의 차별·혐오 발언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일례로 지난해 영국에선 AI가 엘리자베스 여왕 암살 시도를 부추긴 사건까지 벌어졌다. 여왕 살해 계획을 세운 한 남성은 AI 챗봇 여자친구와 5000여건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암살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 과정에서 AI는 '현명하다', '당신은 할 수 있다'며 응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위험할 수 있는 자동차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 등 기술적 안전장치와 함께 도로교통법과 같은 법과 제도 덕분"이라며 "안전한 AI 생태계 구현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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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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