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위"…카스 vs 테라 이번엔 '라이트' 대결
'테라 라이트', 2주만에 1000만병
미국·일본은 라이트 맥주가 대세
맥주 시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올해는 라이트 맥주 시장을 놓고 또 한 번 맞붙는다. 사실상 라이트 맥주 시장을 독점하던 '카스 라이트'에 하이트진로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구도는 지키는 카스와 도전하는 테라다.
카스 라이트 잡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제품 '테라 라이트'가 출시 2주 만에 1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초당 8병 이상이 판매된 빠른 페이스다. 지난 2019년 출시된 테라가 5주 만에 3200만병 판매된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속도다.
그간 라이트 맥주는 일반 맥주를 보조하는 사이드 제품으로 여겨졌다. 특히 국내 맥주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스와 테라, 클라우드 등 라거 맥주는 도수가 낮고 가벼운 맛을 지향해 이보다 더 가볍고 도수가 낮은 라이트 맥주는 매출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 라이트의 초반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의 판매 속도에 맞춰 출시 초 생산량을 계획 대비 50%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테라 라이트의 선전이 '깜짝 흥행'이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 라이트 맥주 시장을 잡고 있던 카스 라이트를 잡았다는 점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테라 라이트는 지난 7월 전국 대형마트에서 카스보다 40%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리며 가정용 시장 라이트 맥주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는 가정용 제품으로만 출시됐다.
"상반기 1위는 우리"
테라 라이트의 선전에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도 다급해졌다. 지난 2월 카스 라이트의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하며 라이트 맥주 붐업에 나섰는데 오히려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2010년 출시 후 마땅한 경쟁자 없이 저칼로리 맥주 시장을 호령해 왔던 카스 라이트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라이트의 대형마트 시장 라이트 맥주 1위 소식을 전하자 이틀 뒤인 21일 오비맥주는 카스 라이트가 올해 상반기(1~6월)에 전체 맥주 브랜드 중 6위, 라이트 맥주 중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명백히 테라 라이트를 겨냥한 자료였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카스 라이트는 상반기 맥주 시장 점유율 3.4%를 차지했다. 이보다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는 카스 후레시와 테라, 필라이트, 켈리 등 이른바 '메이저 맥주 브랜드' 뿐이다. 10위권 내에 라이트 맥주는 카스 라이트밖에 없다. 테라 라이트 출시 전까지 확고한 1위였다는 의미다.
7월에도 전체 가정용 라이트 맥주 시장 1위는 카스 라이트가 지킨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맥주 시장은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양분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편의점 매출 비중이 60%가량 되는 것으로 본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라이트가 대형마트에서 1위를 차지했더라도 편의점에서 카스 라이트가 앞섰다면 역전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라이트 시장 커질까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기업이 나란히 라이트 맥주 경쟁에 나서면서 맥주 시장의 카테고리 확장이 이뤄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라이트 맥주는 100㎖ 기준 칼로리가 30㎉ 이하인 맥주를 말한다. 일반 맥주보다 30% 이상 낮다. 알코올 도수는 규정돼있지 않지만 대체로 일반 맥주보다 낮은 편이다. 실제 카스 라이트와 테라 라이트 모두 오리지널 버전보다 0.5도 낮은 4도다. 롯데칠성의 라이트 맥주인 '클라우드 라이트'의 알코올 도수는 3도에 불과하다.
라이트 맥주는 칼로리와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담이 적고 맛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본격적으로 맥주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보다는 반주로 가볍게 마시거나 음료 대용으로 마시는 소비자들이 즐긴다. 제조사들 역시 가벼운 맛을 내기 위해 쌀이나 전분 등을 섞는다.
해외 맥주 시장은 이미 라이트 맥주가 점령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맥주의 절반은 '라이트'를 달고 있다. 올해 들어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AB인베브의 버드라이트는 20년 이상 미국 맥주 시장 1위를 지킨 '미국 대표 맥주'다. 버드라이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모델로 에스페셜과 2위로 올라선 미켈롭 울트라 역시 100㎖당 칼로리가 20㎉ 안팎인 라이트 계열 맥주다. 일본 역시 라이트 맥주가 보편적으로 팔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라이트 맥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고도수 주류를 꺼리고 취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마시는 음주 트렌드가 라이트 맥주의 특징과 부합해서다. 향후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라이트 맥주의 인기가 높아질 것을 고려하면 시장 초기에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5%대 '라이트'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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