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빛바랜 잭슨홀 효과…환율 급락에 코스피 '울상'
원화 강세에 외국인 환차익 매물 출회…엔비디아 실적발표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26일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굳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와 중동 불안에 외국인들이 대거 떠나면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14% 내린 2,698.01에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0.84% 하락한 766.79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지난주 말(23일) 뉴욕증시가 일제히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1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15%, 1.47% 상승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원화 강세에 반도체·자동차주 등 수출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방 압력을 받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0원 하락한 1,326.8원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단기간에 빠르게 전개되면서 환차익을 확정 짓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며 "미국 증시, 반도체 업종과 키맞추기 과정에서 예상 밖으로 강한 원화로 인한 외국인 차익 매물이 출회되면서 코스피 하락세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67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8일(5천170억원) 이후 11거래일 만에 최대 순매도액이다.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2천860억원 순매도했으며 SK하이닉스도 2천70억원 팔며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아울러 기아(110억원), 현대차(90억원) 등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2.06%), SK하이닉스(-3.18%), 현대차(-1.19%), 기아(-1.15%) 등이 줄줄이 내렸다.
특히 반도체주는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감에 하락폭이 더 커졌다.
아울러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원화 강세 수혜주로 분류되는 대한항공(2.49%), 아시아나항공(3.21%) 등 항공주와 GS건설(4.16%), 현대건설(1.87%) 등 건설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항공, 건설 등 원화 강세 수혜 업종은 상승했지만,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수출주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반등하지 못하면서 지수 상방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선은 한국시간 오는 29일 새벽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로 향하는 분위기다. 해당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경우 반도체주를 기술주 전반에 상승 동력을 제공하겠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다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실적 확인 전까지 증시의 단기 등락은 불가피하다"며 "코스피 2,700선이 중요 변곡점이자 저항선으로 안도감만으로 넘어서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2,650선 전후에서 지지력 테스트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환율은 잭슨홀 미팅 등 지난 이벤트를 소화하며 미국 경제지표 발표를 경계하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위험선호 심리 확산 여부 및 대미투자 수요에 따라 환율 하락 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나 하락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짚었다.
이어 "위험선호 심리 결정에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인공지능(AI) 주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해주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확대되더라도 내국인의 투자 수요가 환율 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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