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돌아오면 지옥 갈 수도"…음주사고 유족 증언에 눈물바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매일 쓰면서 웁니다.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앞만 바라봅니다. 엄마는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서야 잠이 듭니다."

비극적인 음주 사망사고로 사랑하는 조카를 잃은 이모는 증인석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 심리로 포르쉐 운전자 A(50) 씨에 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 공판이 열렸습니다.

A 씨가 낸 사고로 숨진 B(19) 양의 유족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증인 선서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먼저 증언한 B 양의 이모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가족들은 평생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픔과 미안함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한 가정을 파탄 낸 피고인은 음주 상태에서 과속까지 한 살인자라면서 이렇게 가족들이 힘들어하는데 피고인은 혼자 병원에 가서 퇴원하고 술까지 사 마셨고, 그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술 타기' 수법이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은 옷차림의 B 양 어머니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B 양의 어머니는 술이라도 마셔야지 잠을 잘 수가 있다며 딸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아직도 그 아이가 탔던 그 차만 보면 가슴이 아프고 숨도 안 쉬어진다며 정말 피고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 모습

무거운 표정으로 유족의 증언을 지켜본 검사는 이례적으로 길게 구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검사는 이 사건 피해자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들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수많은 진정서와 탄원서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들인지 알려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을 통해 법이 피해자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의 중대성과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 형량인 7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에서는 경찰의 뒤늦은 음주 측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유족과 검사 모두에게서 나왔습니다.

B 양의 이모는 경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피고인은 형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고, 경찰관은 감봉 1개월만 받았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사 또한 피고인에게 위험운전치사상(일명 윤창호법) 혐의를 적용했어야 하나,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검찰은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A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사고는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쯤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B 양과 그의 친구가 탄 차량이 시속 159㎞로 달려온 A 씨의 포르쉐 차량과 충돌해 일어났습니다.

이제 막 면허를 취득할 나이가 된 B 양은 사고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고, 조수석에 앉은 또래 친구는 크게 다쳐 현재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초동대처 소홀과 뒤늦은 음주 측정으로 포르쉐 운전자 A 씨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0.036％라는 최소 수치만 적용받은 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0월 16일 열립니다.

(사진=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