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주기 단축이 해법?...제2 티메프 차단법 '과잉 규제' 우려

유엄식 기자 2024. 8.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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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정산 기준 단축 부작용" 지적...PG사 겸업 금지가 낫다는 의견도
유통사 과잉 규제 우려...중소 벤처 업계도 반발
티몬이 환불 접수를 받기 시작한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소비자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2024.07.26. /사진제공=뉴시스

이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에서 1조3000억원대 대규모 미정산 금액이 발생하며 다수의 소비자와 입점 셀러(판매자) 피해가 확산한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선 재발 방지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과잉 규제'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통신 판매업과 전자결제대행사(PG) 역할을 겸한 티메프의 '일탈 행위'로 보고 수습책을 논의해야지, 그동안 정상적으로 영업해온 다른 유통사에 규제를 덧씌우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26일 정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플랫폼 중개업자를 포함하고 판매대금 정산 기한 준수와 판매대금 별도 관리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이커머스 정산 주기를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짧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에 대해 판매 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납품 업체에 지급토록 규정됐다. 직매입 거래는 대금 결제 시한이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로 정했다.

이는 2021년 법 개정 당시 유통 업계 영업 환경을 고려한 기준이었다는 게 유통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산 시점을 앞당기는 법 개정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왼쪽부와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제공=뉴스1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의 정산 시점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해질 필요는 있지만, 일률적으로 강화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예컨대 이커머스 정산 시점을 40일 이내로 규정하면 이를 맞추지 못하는 중소 플랫폼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세종대 교수)은 "일본은 대금 정산 주기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유통업의 현실과 관행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40일 이내로 대금 정산 시점을 못박으면 신규 플랫폼 진입 장벽이 높아져 이커머스 업계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플랫폼이 이번 조치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티메프를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정산 시점은 빠른 편이다. G마켓은 고객이 상품을 받고 구매를 결정하면 1~2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한다. 네이버페이는 주문한 상품이 집화 처리된 다음 달 대금을 100% 정산한다. 11번가는 배송 완료 다음 날 정산 금액의 70%를 지급하고, 고객이 결제 후 구매를 확정하면 나머지 30% 대금을 다음 날 지급한다.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병행하는 쿠팡은 주 정산과 월 정산을 시행 중이다. 주 정산은 판매 대금의 70%를 판매한 주 일요일의 15영업일 이후, 나머지 30%는 익익월 1일 지급한다. 월 정산은 매달 마지막 날 기준 영업일 15일이 지난 뒤 대금을 정산한다. 컬리는 1~10일 매입한 상품은 다음 달 말일, 11~20일과 21~말일 매입 상품은 두 달 뒤 10일, 20일에 각각 정산한다.

일부 상품은 현실적으로 정산 주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품권이나 여행 상품은 소비자가 구매 후 6개월, 1년 이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품들은 대금 정산 시점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법 개정에 앞서 업계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유통 업계도 이번 논의가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처럼 판매 대금을 멋대로 유용하면 대금 정산 주기를 40일 이내로 설정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회생절차 협의회를 마친 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머니S

정산 주기보다 이커머스 사업자의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겸업을 차단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결제 대금의 정산 기한 단축과 비교해 이커머스 사업자의 PG 겸업을 차단하고, PG사는 고유 계정과 지급결제 계정을 나누는 조치가 근원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방안은 현재 PG사를 겸업 중인 이커머스 업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수수료 추가 인상 우려가 제기돼 논의 과정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 벤처기업 업계도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대한다. 벤처기업협회 등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티메프 사태로 촉발한 정부의 이커머스에 대한 획일적 규제 논의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티메프 사태는 특정 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경영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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