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여전히 열쇠 고집하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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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왜 수많은 집들의 현관문 옆에 숫자 다이얼이 달린 작은 회색상자가 붙어 있는지 궁금해질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열쇠보관함은 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부품으로 만들어진 15파운드 정도 하는 제품으로, 작은 나사로 외벽에 고정시킨다.
이런 한국에서 산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열쇠에 대해서 완전히 망각했다.
한국에서 열쇠 없이도 안전한 삶의 편리함을 맛본 내가 영국에서 집을 장만한 후 처음 한 일은 스마트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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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열쇠 보관함 설치해 사용
아날로그에 만족하며 살아가
영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왜 수많은 집들의 현관문 옆에 숫자 다이얼이 달린 작은 회색상자가 붙어 있는지 궁금해질지도 모른다. 한국에 12년을 살다 영국으로 돌아온 나 또한 이 상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알고 보니 회색상자는 집열쇠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콤비네이션 자물쇠가 달려 있는 일종의 열쇠금고였다.
현관문 밖에 열쇠보관함이 있다면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일단 분실의 염려가 없으며 주머니나 핸드백 공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특히 열쇠를 가지고 나가는 것을 깜빡하는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대가족인 경우 식구 수마다 열쇠를 복사할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물론 비상시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휴가 중 집에 문제가 생긴다면 가까운 이웃에게 열쇠보관함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문제 해결을 부탁할 수 있다. 적어도 도어매트 밑에 열쇠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이라고 영국인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2024년에 이런 열쇠보관함을 사용한다는 것이 나는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경제적으로나 IT 면으로나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영국에서 왜 소중한 집열쇠를 이런 부실한 아날로그 상자에 보관하는 것일까?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열쇠보관함은 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부품으로 만들어진 15파운드 정도 하는 제품으로, 작은 나사로 외벽에 고정시킨다. 물론 벽에 달린 상태로 보관함을 여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중간 크기의 드라이버로 벽에서 뜯어낸 후 크지 않은 망치로 부술 수 있다.
열쇠보관함에 대한 문제점은 보안적인 측면 때문이 아닌, 이 상자에 여러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콤비네이션 자물쇠가 열쇠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이라면 현관문 자체에 콤비네이션 자물쇠를 달아놓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물론 휴대전화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스마트록을 설치하는 것은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터치스크린이나 지문 인식을 이용한 스마트록 등 열쇠보관함의 대안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열쇠보관함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집열쇠를 사용하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한국에서 십 년 넘게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서 살았던 모든 집에는 열쇠를 사용하지 않는 도어록이 달려 있었다. 이런 한국에서 산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열쇠에 대해서 완전히 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터치스크린으로 현관을 출입하는 한국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존재하는 공간으로 여기며 그들만의 아날로그 세상에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 열쇠 없이도 안전한 삶의 편리함을 맛본 내가 영국에서 집을 장만한 후 처음 한 일은 스마트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대만족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부작용은 내가 현관문을 여는 것을 본 이웃들이 나를 고도로 발전된 행성에서 온 외계인쯤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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