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도난 파산’ 마운트곡스가 변제까지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법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파산 후 10년 만에 채권자 상대 가상자산 변제를 시작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 사례를 26일 조명하며 던진 화두다.
채권 대부분은 비트코인인 데 반해 파산법은 배당을 현금으로 한정하고 있어 변제 절차에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로 꼽힌 마운트곡스는 지난 2014년 최대 95만 개 비트코인을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나 파산했다. 이후 10년 만인 올해 7월 채권자들에게 비트코인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운트곡스가 상환 예정인 비트코인은 약 14만 개로 알려져 있다.
당초 마운트곡스는 비트코인 해킹 사실을 파악한 직후인 2014년 2월 민사재생 절차를 신청했다. 민사재생은 법원 감독하에 회사 재생 계획을 세워 회사를 살리자는 취지의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 기업 회생 절차와 유사하다. 회사가 살아난다면 파산 대비 채권자에게 더 많은 변제가 가능하지만, 회생 가능성이 불확실한 데다 시일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통상 거론된다. 당시 일본 법원은 마운트곡스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사재생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파산에 따른 변제에도 문제는 있었다. 일본 파산법상 변제는 현금으로만 가능한데, 2014년 5만엔(약 46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11월 100만엔대(약 920만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파산 당시 현금 가치로 환산돼 지급될 예정이어서 피해자들은 손실 비트코인의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비트코인의 이날 시세는 900만엔(약 83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마운트곡스 대표이사 마크 카펠레스 대표가 큰돈을 벌게 될 것이란 예상도 ‘불공정’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법상 파산 절차로 발생한 잔여 재산은 주주에게 분배되는데, 카펠레스 대표가 법인을 통해 사실상 90% 주식을 보유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재미’를 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법원은 2018년 이례적으로 기존 결정을 뒤집고 민사재생 절차로의 전환을 인정했다. 하지만 회생계획안 제출 전 채권자 과반 찬성을 얻는 등 절차가 필요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회생 채권자 3만6797명 중 대부분이 해외 거주 외국인이었다. 이후 마운트곡스의 변제 발표까지 약 6년의 시간이 지났다.
마이니치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파산법이 비트코인으로도 변제를 허용했다면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변제만 가능하도록 묶어놓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란과 사태 장기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파산 절차는 회생계획안 수립이나 채권자 찬반 투표 등 절차가 필요 없어 빠르게 변제가 가능하다. 마이니치는 가치가 급변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특성을 거론하며 전문가들은 인용해 파산 시 현물변제, 가상자산의 화폐 인정 등 방안 등을 제안했다.
마이니치는 “현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파산법이 낳은 왜곡이 컸다”며 “마운트곡스 사건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법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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