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장난감?...고가형 MR 헤드셋 접는 기업들

김나인 2024. 8. 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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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 이미지.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한때 스마트폰에 이은 '넥스트' 기기로 떠올랐던 혼합현실(MR) 기기 시장이 시들해지고 있다. 애플이 '야심작'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선보였지만, 비싼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고, 메타는 프리미엄 MR 헤드셋 개발을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수요를 노리는 대신 시장 확장을 위해 저가형 기기와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확장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애플 비전 프로와 경쟁하기 위해 개발 중이던 프리미엄 MR 헤드셋 기기 작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부터 '라 호야(La Jolla)'라는 프로젝트명으로 MR 헤드셋을 개발해왔다. 오는 2027년 출시가 목표였던 이 기기는 애플이 비전프로에 탑재한 고해상도 마이크로 유기발광디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이 기기의 목표 판매가를 1000달러(약 132만원) 미만으로 잡았지만, 디스플레이 가격이 상승하면서 목표 달성이 요원해졌다. 메타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VR·증강현실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메타버스 사업 진출의 토대를 닦아 왔다.

메타의 경쟁자인 애플도 상황이 좋지 않다. 비전 프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높은 가격에 발목이 잡혔다. 애플이 2015년 스마트워치 '애플 워치'를 출시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새 기기로 주목받은 비전 프로는 올초 출시 전부터 VR·XR 등 새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출시 초기 반짝했던 관심이 식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3500달러(약 464만원)에 달하는 고가와 무거운 기기, 부족한 콘텐츠 등이 한계로 꼽힌다. 애플은 판매량 확대를 위해 4개월 만에 비전 프로 출시국을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으로 넓혔지만 높은 가격에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은 여전하다. 한국은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지난 2월 출시된 이후 2분기 출하량이 8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3분기에는 2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과 메타는 고가형 대신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저가형 단말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 2세대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저가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메타 또한 '퀘스트3'의 후속 제품인 '퀘스트4'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퀘스트4는 오는 2026년 출시 예정이다. 전작인 퀘스트3 가격은 500달러(약 66만원)로, 애플 비전 프로의 약 7분의 1 수준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비전 프로를 겨냥해 퀘스트3가 "더 나은 제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드웨어(HW)보다 SW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메타는 '호라이즌' 운영체제(OS)를 발표했다. 호라이즌은 기기가 동작과 주변 환경을 인식해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데 필요하며, 가상 그래픽을 현실 세계에 투영하는 '패스스루'도 구현한다. 지난 4월에는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호라이즌 OS를 HW 제조업체에 개방하기도 했다. 이는 OS 폐쇄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과 대조적인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연내 XR 기기를 출시하려던 계획을 선회해 구글, 퀄컴 등과 손잡고 XR SW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XR은 기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에코시스템 확보가 중요하다"며 "연내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 등 회사들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플랫폼을 먼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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