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초코파이였는데’…절실한 청년들의 ‘대가성 헌혈’

김가윤 기자 2024. 8. 26. 16: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이처럼 청년들의 '대가성 헌혈'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특정 혜택 때문에 헌혈 참여자가 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9년부터 학교가 기획·운영하는 단체 활동이 아닌 개인 봉사활동 점수는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청소년의 개인 헌혈은 급감하는 등 '대가성 헌혈'은 청년층 사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시·취업에 가산점…대학생 헌혈자가 군인보다 많아
서울 성동구가 지난 6월25일 오전 성동광진교육지원청 인근 헌혈버스에서 연 ‘생명나눔 사랑의 헌혈 행사\'에서 한 시민이 헌혈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고등학생 땐 대학 입시 때문에 헌혈했고요. 지금은 공군 합격하려고 하고 있어요”

대학생 박아무개(22)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여덟번 헌혈을 했다. 공군에 지원할 때 헌혈과 자격증에 가산점이 붙는데 급여인상과 대도시 근무로 인기가 더욱 많아져 “요즘엔 헌혈 한 두 번으로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혈관이 터져 심하게 멍이 들기도 했다”며 “입시랑 입대 아니었다면 평생 헌혈할 일은 없었을 거다”고 말했다.

영화관람권이나 초코파이가 헌혈을 독려하던 시대를 지나, 입시·입대·취직에 가산점이 붙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청년들이 헌혈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자발적 헌혈’ 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품이 아닌 형태의 ‘대가성 헌혈’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6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전날 기준(누적 집계) 전체 헌혈자 168만3307명 대비 청년층(16∼29살) 헌혈자는 92만966명으로 54.7%를 차지한다. 직업별로는 고등학생 17만14명, 대학생 39만8376명, 군인 22만4272명 등이다. 학생·군인이 단체 헌혈 등 이유로 그간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는데 취직을 앞둔 대학생이 그보다 많은 숫자를 기록한 것이다.

청년들의 헌혈 이유는 입시·입대·취직 등 다양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헌혈을 했다는 고등학생 ㄱ씨는 “바늘이 무서워도 대학은 가야 한다. 봉사 활동으로 점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인 김아무개(23)씨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올해 두 번이나 헌혈을 했다. ‘헌혈 점수’를 보는 곳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선 박씨 사례처럼 공군 입대를 위한 사례도 있지만, 군대에서 휴가를 얻기 위해 헌혈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이아무개(22)씨는 “그동안 바늘이라면 치를 떨어왔는데, 포상 휴가를 준다고 하니 정말 몸이 허약한 사람 빼고는 다 한다”고 했다.

이처럼 청년들의 ‘대가성 헌혈’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특정 혜택 때문에 헌혈 참여자가 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가성 헌혈의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9년부터 학교가 기획·운영하는 단체 활동이 아닌 개인 봉사활동 점수는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청소년의 개인 헌혈은 급감하는 등 ‘대가성 헌혈’은 청년층 사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자발적인 헌혈이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 도움이 된다. (적십자사도) 더는 매력적인 보상을 지급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최재 도움: 조승우 교육연수생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