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점잖은 고래상어도 배고픔 앞에선 ‘별수 없네’
생태계 먹이 부족은 동족 사이에서도 피 튀기는 경쟁을 부른다. 하지만 대서양의 아조레스섬 인근 바다에선 고래상어와 다랑어 사이에 먹잇감을 둘러싼 모종의 협력 관계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스프링거 네이처 그룹이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BMC 생태와 진화’와 ‘BMC 동물학’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생태 사진전 최우승작으로 바다 속을 느릿느릿 헤엄치는 고래상어가 빠르게 헤엄치는 다랑어들이 몰아준 물고기 떼를 흡입하는 모습을 뽑았다. 이 사진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환경 파괴에 맞선 인간의 도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현장 연구’와 ‘자연의 관계’, ‘지구 보호’, ‘생명 클로즈업’ 부문으로 나눠 시상했다.
대서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아조레스섬은 여름철 플랑크톤이 절정에 달하는 동안 고래상어들이 몰려든다.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는 따뜻한 바다에서 발견되는 매우 온순한 동물이다. 이 내성적인 바다 동물은 평소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큰 입을 벌려 플랑크톤을 빨아들인다. 하지만 몰려든 고래상어에게 충분한 플랑크톤을 공급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엔 주변에 사는 다랑어들이 몰아준 사냥감을 먹는 독특한 행동이 발견된다.
포르투갈의 오케아노스 해양과학연구소(Okeanos-Uac) 해양 생물학자 호르헤 폰테스 박사는 섬 주변 바다에서 느릿느릿 헤엄치는 고래상어들이 다랑어들과 모종의 먹이 협력을 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고래상어가 평소 플랑크톤을 먹어 치우듯 입을 크게 벌려 다랑어에 쫓겨 수면 가까이 몰린 열대어인 대주둥치 떼를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들이는 순간을 촬영했다. 폰테스 연구원은 “고래상어와 다랑어 간의 먹이 협력은 이 시기 두 어종이 만났을 때만 발견되는 독특한 행동”이라며 “다른 바다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장연구 부문의 최우수상은 미국 워싱턴주립대 생물과학부 라이언 와그너 교수가 하와이 마우이 조류보호센터에서 한 조류 학자가 말라리아에 걸린 키위키우새(Pseudonestor xanthophrys)에 약과 먹이를 주는 모습을 찍은 사진에 돌아갔다. 이 새는 1800년대조류 말라리아가 마우이섬에 유입된 이후 할레아칼라 화산의 높고 추운 경사면으로 서식지를 옮겼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말라리아 모기가 이전에는 살지 못한 고지대까지 확산하면서 다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다. 현재 이 새는 130여마리만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연구 부문의 준우승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브랜든 귀엘 연구원이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어류 보호 구역에서 물속 인 함량을 측정하기 위해 바이오매스 시료를 수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차지했다. 최근 농업 용수와 폭우 유출수로 물속에 인 함량이 늘어나면서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인 성분이 늘어나면 특정 식물 성장을 자극해 토종 식물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이 지역에 의존해서 살던 토종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침입종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 또 용존 산소를 고갈시켜 물속 생물을 위협하는 조류 발생이 늘어난다.
◇”경쟁하면서도 서로 돕는 동물 세계”
자연과 관계 부문 최고상은 스웨덴 농업과학대 알윈 하든볼 연구원이 북극도둑갈매기가 세가락갈매기이 뒤를 쫓아 날아가며 먹잇감을 훔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받았다. 북극도둑갈매기는 러시아 북부와 캐나다 북부에서 번식기를 보내고 아프리카 남쪽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겨울을 난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바르도 인근 바다에서 세가락갈매기들이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몰아온 물고기를 잡는 동안 북극 도둑갈매기가 그 뒤를 쫓아 같은 비행 패턴으로 날며 먹잇감을 낚아채는 모습을 포착했다.
자연과 관계 분야의 준우승은 그리스 이오아니나대 마사 차리토니두 박사가 촬영한 붉은색 꿀벌 난초 꽃을 끌어 안고 있는 두 마리의 벌 사진에 돌아갔다. 그리스와 발칸반도에 사는 이 난초는 보통의 난초들이 암컷 벌과 닮은 꽃으로 수컷 벌을 유인하는 것과 달리 은신처로 착각하게 하는 전략을 쓴다. 난초의 붉고 큰 꽃잎은 벌이 평소 은신처로 삼는 땅 위의 컴컴한 굴과 비슷한 색깔과 형태를 띤다.
지구 보호 분야의 최고상은 호주 제임스쿡대 빅터 후에타스 박사가 생태 파괴에 직면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를 지키는 노력을 담은 사진이 차지했다. 세계 최대 산호초가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자연 유산이다. 지난 2016년 이후 올 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해조류가 사라지고 산호가 석회질로 변하면서 죽은 백화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호주 정부는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백화현상의 원인과 산호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 보호 부문 준우승은 송전탑을 뒤로 하고 숨진 흰배줄무늬수리를 찍은 스웨덴 룬드대 소속 진화생물학자이자 환경 보호 사진작가인 로베르토 가르시아로아가 받았다. 흰배줄무늬수리는 지중해와 동아시아에 주로 사는 중대형 맹금류로 멸종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과학자들은 독수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송수신기를 채워 이 새들이 송전선에 감전돼 숨지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명 클로즈업 부문의 최고상은 인도과학연구소 생물학자인 아브히지트 바야니 박사가 찍은 무화과 열매에 알을 낳는 말벌을 찍은 사진에 돌아갔다. 아브히지트 박사는 열대 지역에서 각종 동물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무화과 나무와 나무의 생존을 돕는 말벌의 활동에 주목했다. 무화과 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주머니 모양의 열매를 맺고 그 안에 작은 꽃들이 잔뜩 핀다. 암컷 말벌이 무화과에 구멍을 뚫고 내부에 알을 낳는 동안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수컷 말벌은 새로 부화한 암컷 말벌과 짝짓기를 하고 암컷이 빠져나갈 출구 구멍을 만들어 다른 무화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생명 클로즈업 부문 준우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고생물학자 아누수야 친사미 투란 교수가 1억9000만년 전 남아프리카에 살던 메가프노사우루스의 대퇴골의 얇은 단면을 찍은 현미경 사진이 차지했다. 과학자들은 “화석화된 공룡 뼈의 미세 구조에는 성별, 성장 속도, 질병의 유무, 성장 과정에서 접한 환경적 요인에 대한 세부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공룡과 다른 멸종된 척추동물의 생활사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BMC Ecology and Evolution(2024), DOI: https://doi.org/10.1186/s12862-024-02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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