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쿨섹좌’ ‘여자 아베’ 면면 화려하네…불붙은 일본 총리 경쟁

[자민당 총재선거 D-30]
4전5기 이시바 전 간사장
前총리아들 고이즈미 주목
‘여자 아베’ 다카하시도
꾸준히 지지율 ‘톱3’ 올라

총재선거 출마 선언을 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이시바 홈페이지]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집권당의 수장이 총리를 맡게 되는 구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잇는 차기 인사 선출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26일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재 총재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모두 11명인데, 이 가운데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한 인사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포함해 3명으로 늘었다.

고노 디지털상은 자신이 속한 파벌 수장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에게 출마 의사를 전했고, 아소 부총재가 이를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과 2021년에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직전인 2021년에는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에게 패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내달 12일 고시가 되고, 15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내달 27일에 투·개표가 이뤄진다. 15일의 선거운동 기간은 역대 최장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국회의원 367표,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 등 총 734표로 총재를 뽑는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갖는다.

결선투표는 국회의원 몫 367표에 도도부현 몫의 47표 등 총 414표가 참여한다. 국회의원표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결선투표까지 간다고 보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정치인은 총재가 되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유력시되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연합뉴스]

최근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1~2위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2선으로 방위대신과 자민당 간사장 등을 지냈다. 이번에 5번째 총재 선거 도전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잘생긴 외모, 부친의 후광 등으로 인해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환경상(장관) 재직 시 한 국제회의에서 “환경 문제를 펀(fun), 쿨(cool) 섹시(sexy)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답변한 적이 있어 국내서도 ‘펀쿨섹좌’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둘은 아사히신문의 24~25일 여론조사에서 각각 21%의 지지를 받아 공동 1위에 올랐다.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22%,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0%를 기록했고,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이시바 29%, 고이즈미 16%로 격차를 더 벌렸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TV도쿄와 함께 실시한 21~22일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지지율이 23%로 가장 높았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18%로 두 번째였다.

재밌는 부분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앞서지만, 자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앞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요미우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자들은 고이즈미 22%, 이시바 20%로 고이즈미를 차기 총재감으로 더 높게 평가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도 고이즈미 28%, 이시바 23%를 기록해 역전했다. 마이니치는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 이시바-고이즈미가 각각 29%, 16%로 격차가 컸지만, 자민당 지지자로 좁히면 이시바 25%, 고이즈미 24%로 격차가 거의 없게 나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 담당상. 차기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연합뉴스]

고이즈미-이시바와 함께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정치인은 여성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다.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극우 성향을 보이는 그는 최근 강연에서 무대에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진을 배치하는 등 자민당 내 보수표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전 총리 2주기에 맞춰 지난달 8일 ‘일본 경제안보 국가·국민을 지키는 황금률’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그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경제안보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에도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당시 아베 총리의 지지를 받았지만 기시다 현 총리에 패했다.

여론조사에서 선호도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고노 디지털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이다. 하위권으로는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사이토 겐 경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상,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이 꼽힌다.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0명의 추천이 있어야 하는데 하위권 일부 의원은 이마저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재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판세를 분석해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 결선투표는 두 명이라 나머지 한 명이 누가 될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자민당 차기 총재로 당선될 경우 현지 언론은 미숙한 그의 국정 경험을 보좌할 드림팀이 꾸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6년 아베 1기 내각 때 그를 보좌하기 위해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이 임명된 것처럼, 고이즈미 보좌를 위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부총재를, 사이토 겐 경산상이 간사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