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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8. 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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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혁신…'스토리' 개발사 PIP랩스 창업 제이슨 자오·이승윤

지난 5월 오픈AI가 사람처럼 말하며 실시간 음성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챗봇 'GPT-4o'을 공개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며 야심작을 꺼내 든 회사 측 의도와 달리 세간의 관심은 제품이 아닌 다른 곳에 쏠렸다.

'GPT-4o' 음성 옵션 중 하나인 '스카이'의 목소리가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목소리를 모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후 조핸슨은 "나와 매우 기이하게 닮은 목소리를 합성해 사용한다는 것에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오픈AI는 조핸슨의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이후 데모에서 해당 음성을 제거했다.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영상, 음성 등을 모사해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딥페이크'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지식재산권(IP)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다수 AI 회사가 저작권 침해로 법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 소스 기반 생성형 AI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들어 낸 스태빌리티AI는 유럽과 미국에서 잇달아 소송을 당했다. 이 밖에도 분쟁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실제로 IP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영화부터 음악, 유저 생성 콘텐츠(UGC), 온라인 게임 내 아이템과 캐릭터, AI 모델의 학습에 사용되는 훈련 데이터까지 범위가 광범위하고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 전 산업에 걸쳐 콘텐츠를 2차 생산하는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IP 가치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량의 IP를 학습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개개인의 IP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방한해 매일경제와 만난 제이슨 자오 PIP랩스 공동창업자(공동대표) 겸 최고프로토콜책임자(CPO)는 "생성형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저작권 이슈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기술(블록체인)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오 CPO와 이승윤 PIP랩스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창업한 PIP랩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저작자가 자신의 IP를 보상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 AI와 크립토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AI의 저작권 침해 논란은 뚜렷한 기준이 없어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생성 AI가 만든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 예외 조항이 있어서 AI 개발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란도 있다. 이 CEO는 "빅테크 기업들이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어떠한 보상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IP로 자신들의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본래 창작자에게 가야 할 모든 트래픽을 가져감으로써 잠재적 수익원까지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이 IP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 AI가 시장에 고착화할 경우 창작자들이 원본 IP를 창작할 동기를 잃고, 장기적으로 AI 기술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PIP랩스 창업자들의 우려다.

PIP랩스는 이처럼 시장에 존재하는 페인포인트를 기술로 풀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오 CPO는 "조핸슨의 목소리 도용 논란과 같은 사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하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개인을 제거하고 창작자와 AI 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식을 고심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두 창업자는 '블록체인'에서 해답을 찾았다. 블록체인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차별화된다. PIP랩스가 만든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창작자들은 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이를 토큰화할 수 있다. 토큰화된 IP는 블록체인상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된다. 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IP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재창작, 판매, 배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수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PIP랩스 공동 창업자인 이승윤 CEO(왼쪽)와 제이슨 자오 CPO. 스토리

자오 CPO는 이를 '창의력 증명 (Proof of Creativity)'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스마트 콘트랙트 프로토콜을 통해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관리하며 권리를 보호하고, 자동화된 로열티 지급 등 규칙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 입장에서 이 모든 과정은 매우 간단하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자오 CPO는 "AI 모델이 명시된 데이터를 준수해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즉각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철학 학사와 컴퓨터과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자오 CPO는 업계에서 '천재 개발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스탠퍼드대 재학 당시 20세 나이로 구글 딥마인드에서 최연소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며 구글의 AI 모델 개발 과정에 기여했다. 그런 그가 이 CEO와 의기투합한 이유는 AI 기술이 IP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PIP랩스는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프로그래머블 IP 플랫폼'을 지향해왔다. 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블록체인상에 게시된 IP는 모두 '프로그래머블 IP' 형태로 표현된다. 해당 IP 자산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정책과 권리를 명시해 배포될 수 있으며, 게시된 정보는 누구나 확인 가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IP 자산과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오 CPO는 이를 레고랜드에 비유해 설명했다. 블록체인업계에서 '레고'라는 용어는 오픈 소스로 구현된 개별 기능들의 코드 조각을 의미한다.

주로 다양한 기능을 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자오 CPO는 "스토리 플랫폼에서 개별 IP는 IP 레고로 변신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 자산으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조합되거나 재창조될 수 있다"면서 "음과 양의 관계에 있는 IP 레고와 생성 AI가 합쳐지게 되면 창작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수익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토리 플랫폼에는 200개 이상의 팀이 2000만개 이상의 IP를 등록했다. 자오 CPO는 "올해 말 스토리의 메인넷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IP에 특화된 세계 최초의 레이어1 블록체인이다. 레이어1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을 의미한다.

스토리는 최근 시리즈B 라운드에서 80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주도했다.

삼성 넥스트와 하이브 설립자 방시혁 의장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앞서 이 CEO는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만들어 카카오에 5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 CEO의 목표는 원대하다. 그는 "궁극적으로 IP와 AI 두 시장 모두에 이득이 되는 효율적인 산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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