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학대에 아이까지 데려가'…국제결혼의 어두운 이면

안호균 기자 2024. 8.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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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의 가정 폭력 고발한 미국인 여성 영상 화제
"언어적 괴롭힘부터 물리적 폭력까지…아들까지 뺏어가"
"5월1일 이후 아들 못 보고 있어…양육권 보호장치 없다"
유튜브 채널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Dark Asia with Megan)'은 지난 17일 한국인 남편의 가정 폭력과 학대를 고발한 미국인 결혼 이민 여성 '코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출처 :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우리나라는 이제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 비중이 5%를 넘긴 다문화·다인종 국가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5.07%인 260만2669명이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낯설지 않은 삶의 형태가 됐다. 2023년 기준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로 이주한 결혼이민자의 수는 17만명에 달한다. 이 중 14만명이 여성이다.

그런데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에도 어두운 이면은 존재한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배우자가 가정 내에서 폭력이나 학대 피해에 노출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결혼 이민자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지역의 사건·사고를 소개하는 한 유튜브 채널은 한국의 언어와 제도가 익숙하지 않아 법적 분쟁과 양육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 결혼 이민 여성의 사례를 조명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채널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Dark Asia with Megan)'은 지난 17일 '한국인 남편은 미국인 아내를 학대하고, 그녀의 아이까지 데려갔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진행자 메건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서 2만1000건 이상의 외국인 배우자와 관련된 가정 폭력 사건이 보고됐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외국인 여성들은 언어 장벽과 권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립돼 있고, 이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제보자 '코트니'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여성이다. 코트니는 자신은 물론 두 딸들에게까지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재혼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유튜브 채널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Dark Asia with Megan)'은 지난 17일 한국인 남편의 가정 폭력과 학대를 고발한 미국인 결혼 이민 여성 '코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출처 :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지난해 임신을 한 뒤부터 남편의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남편은 "너를 내쫓겠다" "아이들도 내쫓겠다"라며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혼 서류를 내밀고 아이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코트니는 자신이 방문을 잠그자 남편이 문을 두드리며 "죽여버리겠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리적 괴롭힘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코트니는 딸들이 있는 욕실에서 남편이 자신을 때리고 샤워기로 물을 뿌린 뒤 강제로 옷을 벗긴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큰 수치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올해 1월 아들이 태어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트니는 남편이 '죽이고 싶다'며 자신을 벽에 밀치고 목을 조른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집에서 내쫓고 아들을 빼앗아가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남편이 자신을 도발한 뒤 저항하는 모습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자 행세를 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경찰서에서 남편은 아들을 데려갔다. 코트니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아이를 데려가는게 한국에선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를 되찾으려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절차를 밟으라는 말을 반복했다.

코트니는 한국의 언어와 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의 학대를 신고한 자신에게 '왜 신고를 했냐'고 묻거나 심지어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남편의 학대 증거를 담은 영상을 올리자, 경찰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튜브 채널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Dark Asia with Megan)'은 지난 17일 한국인 남편의 가정 폭력과 학대를 고발한 미국인 결혼 이민 여성 '코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출처 :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밝히는게 우선이다. 하지만 메건은 코트니가 남편이 데려간 아이를 몇 달 째 보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시스템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시스템은 어머니와 자식의 유대감에 대해서는 덜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며 "사람과 시스템은 그녀를 외롭고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녀는 한국의 법 체계가 결혼 생활 동안의 양육권에 대한 적절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며 "그리고 일단 상대방이 아이를 데리고 가면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짚었다.

코트니는 "나는 5월 1일 이후로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 나는 엄마로서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할 시간을 절대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라며 "사람들이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와 부모 모두를 인간으로 취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90%의 주에서는 50대 50의 양육권이 인정된다"며 "미국은 아이들이 부모 모두를 보는 것을 우선시한다. 한국은 아이들이 부모 모두를 가지는 것으로부터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을 소개한 '다크 아시아 위드 메건'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사고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자 팟캐스트 시리즈다. 이 채널은 최근 유튜버 쯔양을 지난 수년간 괴롭혔던 성폭력·폭력·공갈·협박 범죄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한국에서 벌어진 젠더 폭력 사건들을 잇따라 소개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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