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담론 확산 이후 “정서위기 학생 소외됐다”
지난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순직한 교사의 사건이 알려진 뒤 ‘교권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정서적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소외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지난 24일 월례포럼을 열고, 교권침해 담론의 확산 속에서 놓칠 수 있는 학생이나 가치를 둘러싼 의견을 나눴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해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순직 이후 형성된 ‘교권침해’ 담론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소외 문제가 발생했다”며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분리하면 교사는 수업하기 좋을 수 있으나 분리된 학생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성 교수는 또 “어떻게 보면 (교권침해 논란을 일으키는 학생은) 더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일 수 있다”며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도 자신의 연령에서 받아야 하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임에도 학생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일부 교사들이 정서적 위기에 놓였을 가능성이 큰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전북교사노조는 올해 6월초 교감의 뺨을 때리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영상을 공개했다. 학생을 탓하는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고민과 보호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학부모 단체에서도 이날 포럼에서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교육지원청의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되는 사안 중 대부분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나 특수교육대상 아동에 의한 교권침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교권침해를 했다고 판단되는 학생에게 출석 정지와 특별교육이수 정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친다”며 “중요한 것은 지도와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구분하는 것인데,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도 지도만 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단체에선 학교·교사와 학부모 사이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부모 상담주간이 폐지되고 교원평가가 2년째 유보되면서 학부모 공개수업도 없어지게 됐다”며 “담을 쌓는 것이 교사들을 회복시키는 길이면 좋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담을 쌓는 것은 오히려 ‘공감의 반경’을 줄이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더쌓아 상대를 괴물화 하게 만든다”고 했다.
교육당국은 최근 외부인의 학교 방문을 제도화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0월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16090003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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