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씬 클리너 "청소 게임이 왜 미드처럼 긴장될까?"
기괴하고 무섭다. 단순히 청소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광복절에 나온 '크라임 씬 클리너'라는 신작한 얘기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죄 현상을 청소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이다.
인기 스트리머들이 크라임 씬 클리너를 애용하면서 일약에 인기 게임으로 거듭났다. 출시 당시 스팀 인기 10위까지 오른 바 있다. 단순 인플루언서 여파뿐만은 아니다. 체험판 당시부터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 유지 중이다.
일종의 대리만족 게임이랄까. 좋은 평가를 내린 유저 대부분 흥미로운 소재를 칭찬했다. 플레이타임이 짧아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지만, 이를 감안해도 흥미진진하게 즐기기엔 이만한 게임이 없다는 평가다.
크라임 씬 클리너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음지의 청소부가 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갱단의 의뢰를 받고 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깨끗하게 뒤처리해야 한다.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 등처럼 청소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된 게임은 아니다. 퍼즐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으로 청소하지 못하는 곳을 청소하거나, 숨겨진 공간에서의 비밀 발견 등 여러 가지 재미 장치가 있다.
직접 플레이 해보면 상당한 매력을 갖춘 게임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포장지만 봐서는 다소 기괴하고, 다소 난해한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장르 :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24년 8월 15일
개발사 : 프레지던트 스튜디오
플랫폼 : PC
■ 묘한 긴장감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
크라임 씬 클리너는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처럼 너무 쉽지도,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처럼 너무 어렵지도 않은 적정선의 난도가 훌륭하다. 적당히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만끽한다.
각 현상은 특정 목표를 모두 달성했을 때 클리어된다. 현장에 널려 있는 시체 청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 원상 복구와 증거 인멸, 두 가지가 게임의 궁극적 목표다.
그래서 녹화 기록을 삭제하고, 모든 가구를 원래 배치대로 되돌리는 등 다양한 임무를 제시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맵을 이러저리 탐색한다. 또한, 일부는 꽁꼼 숨겨져 있어 꽤 세밀한 관찰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청소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잠겨져 있는 별장'은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지만, 옆 집 별장에서 테라스를 통해 건너가면 들어갈 수 있다. 또, VIP룸에 입장하기 위해 카드키를 찾아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묘한 긴장감, 그리고 성취감을 잘 살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사이렌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경찰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청소를 계속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게임을 몰입하게 하고, 긴장감 유지에 도움을 준다.
더욱이 대청소를 끝냈을 때 성취감과 만족감을 받듯이 크라임 씬 클리너 역시 참혹한 현장을 완벽하게 복구해 놨을 때 동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퍼센트나 개수로 좌측 상단에 표시되는 진척도를 하나씩 채워가는 만족감도 꽤 높은 편이다.
■ 정교한 청소 시뮬레이터, 게임에 깊이를 더한다
청소 자체가 그냥 쓱쓱 문대기만 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피로 얼룩진 범죄 현장이다. 대걸레 하나로 청소될리가 없다. 바닥에 눌러붙은 피나 이물질을 닦아내기 위해 다양한 세제나 아이템을 사용해 해결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일종의 현실반영이라고 해야할까. 밀대나 수세미로 피를 닦아낼 때 빨아서 쓰지 않으면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고압 세척기의 물용량은 한정돼 남발할 수 없다. 청소하다가 유리잔 같은 것이라도 깨면 '쓰레기'가 늘어난다.
과정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때로는 수영장의 물을 모두 빼 청소를 해야하거나, 전원 차단기를 내려 도어락을 무력화시키고 몰래 침입해야 한다. 때로는 첩보물 요원처럼 컴퓨터를 해킹해 CCTV 내역까지 지워야 한다.
스케일도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작은 피자집에서 시작해 빌라와 아파트를 거쳐 박물관, 물류 창고로 이어진다. 특히, 박물관과 물류창고는 후반부 맵 답게 방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넓은 크기에 미세한 퍼즐 요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난도가 상승한다.
세제의 쓰임과 스킬트리 확장으로 더 빠르고 많은 지역을 청소할 수 있다. 완전히 동일한 양상은 아니지만 RPG 요소가 섞여 있다. 임무를 반복해 얻는 경험치로 하나씩 스킬을 개방해 나가며 점차 성장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스킬트리는 청소, 고압 세척기, 도구, 물, 일반 총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고, 하나를 해금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이 청소나 길찾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다만, 스킬트리를 한 번 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몇몇 스킬은 찍어도 체감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내러티브와 수집 요소, 더 폭넓게 즐기는 장치
크라임 씬 클리너는 숨겨진 요소를 찾고,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의 반복이다. 이렇다할 다른 콘텐츠는 없다. 게임 중후반으로 갈수록 자칫 지루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있다.
바로 내러티브다. 아픈 딸의 병원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메인 스토리, 그리고 각 범죄 현장에 얽혀있는 각종 사연들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덕분에 반복 플레이 양상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즐길거리가 청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소소한 일탈을 벌인다. 대놓고 드러난 요소는 아니지만, 개발진은 업적 등으로 소소한 재미를 숨겨놓았다. 가령, 저택 뒷편에 있는 농구장 골대에 공을 넣으면 업적이 표시된다. 이를 계속하다보면 "왜 놀고 있냐"라고 재촉하는 문구가 뜨기도 한다.
청소 도중 발견하는 금품을 훔칠 수도 있다. 정식 콘텐츠는 아니지만, 플레이어에게는 일종의 수집 요소로 다가온다. 지하실 금고에서 돈다발을 훔치거나, 별장에 널부러진 반지나 목걸이 같은 귀금속 등을 챙긴다.
'카세트 테이프'라는 음악 수집도 있다. 수집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틀며 범죄 현장을 청소한다. 대조적 스코어링이다. 상황과 음악의 분위기가 따로 노는듯이 배치해 관객들에게 위화감을 선사하는 영화 기법 말이다.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칼 스트롬버그가 배신자를 수족관 상어 먹이로 던지는 잔혹한 현장의 배경음악이 'G 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크라임 씬 클리너도 참혹한 범죄 현장이지만, 이런 경쾌한 음악을 틀면서 청소할 수 있는데, 이게 상당한 위화감을 조성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준다.
1. 정교한 청소 스킬을 요구해 게임적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음
2. 주인공과 범죄 현장과 관련된 내러티브의 전달이 훌륭함
3. 맵 곳곳에 숨겨진 요소를 찾고, 수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함
1. 2만 3000원 게임치고 플레이 타임이 다소 아쉬움
2. 스킬트리 초기화 기능이 없어 롤백이 불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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