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질책에…새 답안지 '대출한도 축소' 내놓은 은행들
KB국민, 수도권 주담대 만기 30년 축소
신한·우리은행도 전세대출 조건부 제한 등
카카오뱅크, 이 와중에 주담대 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이 대출한도 축소로 운영 방향을 바꾸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에도 수요가 줄지 않는데다 전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질책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 이후 잇따라 대출한도 축소 등의 새로운 모범답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추가 주택구입 등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한다.
서울과 수도권 내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만기를 30년으로 축소한다. 그 동안 대출 만기를 40년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만기를 줄이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수도권 주택구입 관련 대출 수요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 설명이다.
토지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마이너스통장(통장 자동대출) 한도는 최대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아울러 주담대 신청 시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하고 거치기간도 설정할 수 없도록 했다. 모기지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지역별 소액임차보증금(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지방 2500만원)을 공제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거치기간이 없으면 바로 원금과 대출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두 내용 모두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부터 대환대출과 다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한 바 있다. 이번 방안에는 타행에 보유한 전세대출을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전세대출 대환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한시 운용되는 것으로 실수요자에게는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세부 방안을 마련했다"며 "가계부채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 전세대출 가운데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과 선순위채권 말소 혹은 감액, 주택처분 조건 등에 대해선 취급을 중단한다.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단 대출 실행일 전일까지 이행된 건은 취급이 가능하다.
또 신탁등기 물건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자금대출만 취급하지 않았는데 주금공에 대한 전세대출도 포함시켰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주담대 모기지보험 취급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은행 역시 내달부터 대출 모집법인 한도를 월 2000억원 내외로 관리하고 갭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제한,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유지했음에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 행태를 비판하며 개입 의사를 비친 것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25일) TV 방송에 출연해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금융당국이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금리를 올리면 대출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지만 은행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해 왔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대출 금리를 높이면 서민 차주들의 부담이 늘어나지만 만기 축소를 통해선 대출한도를 줄여 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 전반으로 이 같은 방안이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 행보와 다른 모습을 보여 눈에 띈 곳도 있다. 공교롭게도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금리를 0.5%포인트, 전월세대출 금리는 0.1~0.5%포인트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이 급증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 2분기 주담대 잔액 증가 규모는 6570억원으로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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