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못하는 '만년 1등' LG전자 노트북의 역설 [IT+]
LG전자 노트북 빛과 그림자
LG그램 노트북 해외서 호평
애플 맥북과 공동으로 1위
긴 배터리와 휴대성 장점
하지만 실제 판매량과 무관
LG그램 국내 점유율 낮아
가격경쟁력 좋은 편 아냐
판매량 1위 달성 가능할까
미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LG전자의 LG그램 프로 2-in-1을 '최고의 노트북'으로 꼽았다. 애플과 함께 1위에 올랐으니,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더 놀라운 건 LG전자의 노트북이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최고 노트북' 자리에 5년 연속 올랐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평가가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다.
LG전자 노트북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239개 노트북을 대상으로 치른 평가에서 LG전자의 'LG그램 프로 2-in-1(이하 LG그램)'을 애플 제품과 함께 공동 1위로 선정했다(표➊). 미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애플과 같은 성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LG전자에 고무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LG전자가 받아든 성적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LG그램은 15~16인치 노트북 132개 가운데 총합 90점을 받아 애플의 '맥북 프로16'과 공동 1위에 올랐다. 17~18인치 노트북 15개 중에서도 신뢰도·만족도·휴대성·디스플레이 항목에서 만점을 받으며 88점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표➋).
LG그램은 컨슈머리포트가 뽑은 '올해 최고의 노트북 12선選' 중 '여행을 위한 최고의 노트북'으로도 선정됐다. 컨슈머리포트는 "(LG그램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선정한 최고의 노트북 중 하나"라면서 "가볍고 배터리 수명이 길어 휴대성을 기대하는 고객에게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LG그램은 초경량 노트북의 대명사다. 현재 판매 중인 그램 시리즈는 1200g대(14~15인치 기준)로 다른 브랜드 노트북보다 훨씬 가볍다. 비슷한 크기의 삼성 갤럭시북 시리즈(1560g), 애플 맥북(1580g)보다 300그램 이상 가볍다(표➌). 이를테면 고기 반근 정도의 무게가 덜 나가는 셈이니 그만큼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LG그램이 '여행 가는 데 좋은 노트북'으로 꼽힌 점도 바로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평가가 LG그램의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다. 팬데믹 이후 근무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재택근무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휴대성이 좋고 가벼운' LG그램의 실적엔 날개가 달렸을 듯하다.
하지만 전례前例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컨슈머리포트는 매년 시중에 판매되는 노트북의 기능과 휴대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데, LG그램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노트북 부문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도 시장점유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례로, 삼성전자 노트북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20년 33.4%에서 2023년 52.0%로 18.6%포인트 커졌지만, LG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9%포인트(2020년 27.7% →2023년 21.8%) 빠졌다(표➍).
해외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애플,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미국 시장만 해도 그렇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 3월 미국 성인남녀 6843명에게 쓰고 있는 노트북 브랜드를 물어본 결과, 애플은 28.0%로 2위, 삼성전자는 12.0%로 6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순위에 없었다(표➎).
컨슈머리포트가 매긴 LG그램의 성적표와 실제 판매량에 괴리가 있는 이유는 뭘까. LG그램은 휴대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만큼 단순 사무를 처리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용도로 적합하다. 이 때문에 '무게'가 아닌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에게 LG그램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LG그램의 판매량이 빼어난 평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그만큼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LG그램의 가격경쟁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갤럭시북4 시리즈는 100만원 초중반대 모델도 있는 반면 LG그램 제품은 200만원 초중반대의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LG그램을 중저가 노트북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주요 경쟁사인 애플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에 밀려 판매량이 성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LG그램은 '좋은 노트북 1위'를 넘어 '많이 팔리는 노트북 1위'가 될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