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정은채·김성규 “우리 안에 내일이 있다는 희망을 다루는 이야기” [인터뷰]
경희 역 정은채, 창호 역 김성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7년의 시간이 흘렀고, 삶도 인물도 달라졌다. 1945년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를 향해갈 즈음으로 시간은 건너뛴다. “‘부잣집 딸’인데도 놀랍도록 ‘음식’을 잘한다”는 이삭(경희의 시동생, 노상현 분)의 대사에 먼저 등장한 경희는 순진하고 유약한 사람이었다. 일제 강점기 재일 조선인으로 일본에 머물던 그 시절, 감춰진 7년 동안 한 사람은 변화와 성장을 겪는다.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시즌 2에서다.
“경희는 자신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뭘 할까 생각하며 세월을 견딘 거 같아요. 그 세월을 단단함으로, 인간적으로 조금 더 성장한 어른의 모습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정은채가 연기하는 경희는 선자(김민하 분)와 함께 ‘파친코’가 그려가는 또 한 명의 강인한 여성이다. 다정하고 섬세한 그는 선자의 동서다. 만삭이 돼 일본으로 온 아내인 선자를 품어주며 서로의 삶을 보듬고 가꾼다.
‘파친코’ 시즌 2에서 경희의 삶에 찾아온 가장 강렬한 변화는 ‘관계’다. 김창호라는 인물의 등장은 경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드라마는 지난 23일 시즌 2의 첫회를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8편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정은채는 “시즌 2는 시즌 1에서 확장된 이야기”라며 “그간 하지 못했던 경희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갑갑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자가 야생화 같다면, 경희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에요. 태어나면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라왔지만, 나이가 들고 척박해진 환경에 놓이며 그것이 약점으로 작용했죠. 그런 부분이 연기를 하면서도 답답하기도 했어요. 경희가 선자를 만나 동요하던 때는 정은채로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시즌 2의 ‘뉴페이스’는 김성규다. 그가 연기하는 김창호는 한수의 수하로, 이민호와 브로맨스를, 정은채와는 복잡미묘한 이끌림을 보여준다. 그는 수차례의 오디션 끝에 ‘파친코 2’에 합류했다. 김성규는 “처음에 오디션 영상을 보내라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오디션을 봤던 시기, 개인적으로 고민도 많고 연기적인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과연 ‘내가 이 이야기 안에 잘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도 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새 얼굴’ 김창호는 배우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이었다. 정은채는 “김창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누가 맡게 될지 기대도 많았다”며 “나와 밀접한 캐릭터라서 호흡을 맞춰보는 ‘케미스트리 오디션’이 있었다. 성규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이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창호는 보안사 밑에서 일하며, 직접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다. 한수(이민호 분)의 수하에 있다. 김성규는 “이 드라마에선 모든 배역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살아있는 연기를 한다”며 “(김창호는) 단순 멜로를 넘어 개인들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캐릭터다”라고 했다.
영화 ‘돼지의 왕’, ‘악인전’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했던 김성규는 이번엔 촉촉한 멜로 눈빛으로 여러 배우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민호는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가 있는데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 함께 하게 돼서 무척 좋았다”며 “저도 눈이 약간 촉촉한 편인데 성규 형의 눈을 본 순간 너무 촉촉해서 빠질 뻔했다”며 웃었다. 김민하 역시 “정말 눈이 너무 너무 촉촉해서 그 눈을 보면 나쁜 감정들을 느끼고 싶지 않게 된다”고 했다.
사고처럼 생겨날 드라마 속의 감정에 대해 정은채는 “‘파친코’ 안에서 인물들이 가지는 사랑의 방식은 각자의 생존 방식과 닮았다”며 “생존가와 몽상가로 나뉘는 등장 인물들 사이에서 경희는 생존가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늘 두 가지 마음을 겸한다. 다른 본능과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그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대의 소용돌이에서 견디고 버텨낸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들도 누군가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됐다. 김성규는 “시대는 너무나 다르지만 모든 시대마다 역경 안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그 역경 속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버텨낼 수 있는 것은 관계였다”며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꿈을 꾸고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경희를 연기하며 ‘파친코’가 다루는 주제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시즌 1에선 한 회를 통틀어 관동 대지진을 다뤘다면 시즌 2에선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역사를 다룬다”며 “앞에선 포탄이 터지고, 옆에선 사람이 죽어나가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는 희망과 치열함을 담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마음에 품고 있는 대사가 한 줄 있다.
“시즌 1의 죽음을 앞둔 경희가 선자에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 본 적 한 번도 없냐‘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그 질문이 경희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하고 늘 마음에 담고 있어요. 매일의 일상 속 나의 선택과 또 다른 선택지들, 오늘이 어떻게 과거, 미래와 이어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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