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쬐였더니” 폭염에도 쑥쑥…고기능 국산 ‘신품종’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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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잘 주면 농약없이도 4m까지 쭉쭉 자랍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정읍 분원) 방사선육종연구센터 옆 노지에는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속에서도 수십cm에서 4m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감마선 조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케나프 신품종 '장대'를 개발하고 2013년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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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량 자동차, 친환경 데크 등 고부가 바이오산업소재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물만 잘 주면 농약없이도 4m까지 쭉쭉 자랍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정읍 분원) 방사선육종연구센터 옆 노지에는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속에서도 수십cm에서 4m에 달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산 신품종 ‘케나프’다.
케나프(Kenaf, 양마(洋麻))는 아프리카 원산의 1년생 나무 줄기가 없는 초본식물로 3~5m까지 자라 긴 섬유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 기능성 벽지, 기능성 의류, 매트, 기름 흡착제, 숯, 사료,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생장이 빠르고 일반 수목보다 최고 5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해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가마니 제작용으로 케나프를 수입해 재배했지만아열대나 열대 기후에서만 개화하는 품종 특성상 국내에서 씨앗을 수확하는 게 불가능해 재배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친환경 소재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케나프 육종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감마선 조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케나프 신품종 ‘장대’를 개발하고 2013년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이후 생산성과 기능성을 더 높인 신품종 ‘완대’, ‘원백’, ‘원청’, ‘적봉’을 차례대로 개발했다.
‘장대’는 국내 기후 환경에서도 씨앗 수확을 가능하게 한 신품종이다. ‘완대’는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킨 품종으로, 많은 양의 케나프를 수확할 수 있다. ‘원백’과 ‘원청’은 내염성이 우수해 염분이 많은 간척지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해안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뛰어난 항산화 효능을 가진 안토시아닌이 대량 함유된 ‘적봉’은 고기능성 섬유, 화장품, 항균 제품으로 개발 가능하다.
연구소는 개발한 품종에 전자선을 조사해 목재플라스틱복합재(WPC, Wood Plastic Composite)와 같은 친환경 바이오 소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소재는 나무로 된 목분을 30%~70%까지 함유한 친환경 소재이다.
케나프는 셀룰로오스 필터, 고강도 경량 자동차 부품소재, 목재플라스틱 복합재와 같은 친환경 소재 제품개발에 매우 적합하나 국내에는 관련 제조 기술이 없었다. 하지만 2023년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케나프가 포함된 목재복합재 제조용 조성물’, 이를 이용한 ‘목재복합재 및 제조방법’을 특허로 출원해 기술력을 갖췄다.
연구진은 복합재 제작을 위해 열을 가하면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열가소성 수지’와 ‘완대 분말’을 혼합한 후 이를 굳히기 위해 가열하는 과정에서 전자선을 조사했다. 이때 혼합물의 분자 구조가 바뀌어 강도와 열안정성이 강화된 목재 플라스틱 복합재가 탄생했다. 이 복합재는 기존 화학적 소재를 사용한 제품 대비 가볍고 튼튼한 특징이 있고, 비용 또한 저렴하다. 또한, 산림을 벌채하지 않더라도 케나프 분말을 활용해 목재 소재를 만들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 평가받는다.
연구소는 기초 기술개발부터 시작해 시제품 제작, 공인 시험까지 마쳤으며 앞으로 셀롤로오스 고함유 등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초경량화, 초고강도 탄소 소재와 고기능성 의료용 신소재, 화장품, 마스크팩,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 정병엽 소장은 “첨단 방사선 기술로 친환경 제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국가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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