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태어나지 못한 아기가 전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최근 ‘36주 태아 낙태’ 경험담을 올린 유튜브 영상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다 자란 아기가 태어나지 못한 일에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낙태한 여성을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3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니 “원치 않는 임신, 부모의 형편, 여성과 아이의 인생, 낙태 찬반” 등 질문이 잇따라 떠오른다. <톡톡톡>을 쓴 공지희 작가는 “잉태된 순간 목숨의 주인은 그 아이입니다. 목숨의 주인 의견이 궁금하네요. 사람은 누구라도 배 속의 아이였으니, 나도 그 입장이 되어 생각해봅니다”라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룬 <톡톡톡>은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톡톡톡>이 “이미 죽어버린 태아가 현실 공간에 나타나서 문제 제기를 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고 평했다.
낙태라는 문제 앞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행방과 그들의 생각 아닐까. 아무리 궁금해도 들을 수 없는 답을 공지희 작가가 상상의 나래로 풀어내 우리에게 전달한다. 생명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톡톡톡>을 읽다 보면 마음이 아려오면서도 안도하게 되고, 저며오는 슬픔 속에서도 가녀린 희망을 갖게 된다.
귀신놀이터에서 만난 노랑모자
한적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달림은 자신을 콩쥐라고 생각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가 성적 좋고 예쁜 언니 해림을 공주처럼 모시면서 달림은 마구 부려 먹기 때문이다. 고교생 해림의 방은 예쁘게 꾸며주었지만 달림은 오래된 가구뿐인 방에서 엄마와 함께 지낸다. 매사 마음에 들지 않는 달림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남자친구 지평뿐이다.
안개가 몰려들면 보이지 않아 ‘귀신 놀이터’로 불리는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 달림 앞에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노랑 모자를 쓴 남자아이가 나타난다. 집까지 따라온 노랑모자를 재워주자 “엄마 찾아줘”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한다.
어느 날 달림은 베프 미루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남친 종하가 연락을 차단하자 미루는 달림에게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다. 결국 미루 엄마가 알게 되고 엄마의 강요로 미루의 낙태가 결정된다.
노랑머리와 점점 친해진 달림은 귀신놀이터 구석 수풀 안쪽의 신비하고 웅장한 동굴로 초대된다. 거기서 슈가맨 할아버지와 보풀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만난다. “짧은 다리로 뛰고 구르고 재재거리고 조그만 머리통을 맞대고 웃는 사랑스러운 인형” 같은 그 아이들이 낙태된 아기라는 사실을 안 달림은 크게 놀란다.
에밀레 별로 날아간 아가들
보풀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배 속에 있을 때 ‘요요’로 불렸다는 노랑모자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노랑모자가 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부르고 언니처럼 톡톡톡 치길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달림이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본다. 언니가 요요를 낳으려고 꼭꼭 숨어 있었으나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인생이 멈춰버릴 것 같아 두려웠고, 엄마한테 들켜 낙태한 후 아기를 미치게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알게 된다.
언니의 아픔을 목도한 달림은 미루에게 아기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며 지평과 함께 돕겠다고 약속한다. 미루는 아기를 낳기로 결심하고 엄마 눈을 피해 미혼모 보호시설에 들어간다.
달림으로 인해 만난 노랑모자와 해림은 서로에게 끌리고 어느 순간 서로를 알아본다. “미안해, 요요!”라며 무너질 듯 흔들리는 해림에게 요요는 “엄마를 만나서 정말 정말 좋았어. 엄마도 나를 만났으니깐 이제 괜찮아야 해”라고 당부한다. 어렵게 만났지만 함께 살 수 없는 두 사람에게 헤어져야 할 순간이 닥친다. 달이 해를 가려 어두워진 일식에 노랑모자는 다른 보풀들과 함께 우주선 같은 귀신놀이터를 타고 에밀레 별로 날아간다.
“지구상에서 자기 종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런데 보풀들은 자기 종에게 공격받고 생명을 뺏기는 거야. 그것도 자기 부모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을 사람에게 가장 참혹한 방법으로.”
슈가맨이 떨리는 목소리로 달림에게 들려준 말이 가슴을 아프게 두드린다. <톡톡톡>은 “모든 아이들은 어디선가 태어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서 한 달 만에 망하고 美 가더니 완판 행진…'대반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 [단독] '양재웅 병원 사고' 서울서도…몸 낀 채 방치된 50대 사망
- "엉덩이 라인 민망해요"…레깅스 즐겨 입던 2030 女 '돌변'
- "月 2000만원 번다"…택시기사 수입에 곽튜브도 깜짝
- "너 맞지? ㅋㅋㅋ" 충격 문자…여고생, 딥페이크 음란물 '공포' [이슈+]
- "내 딸이랑 똑같이 생겼네" 깜짝…'친자감정' 요구한 여성
- "밤에 엘리베이터 타지 말아주세요"…이웃 주민의 호소문 '시끌'
- 통장에 1000만원 넣고 1년 뒤 받은 돈이…"이자 쏠쏠하네"
- '훈련사 삶' 전념하겠다더니…강형욱, 근황에 응원 쏟아졌다
- "트럼프, '북한군 전체 제거' 제안"…충격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