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폭 삼성전자 직원 손 피부, 노출량 기준치 188배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작업자 2명의 피폭 당시 작업 과정. 장비 안에 손을 넣은 작업자는 손 피부에 많이 피폭됐고 장비 밖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작업자는 상대적으로 상체에 피폭량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지난 5월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정비 작업을 하다 방사선에 노출된 작업자의 손 피부가 기준치의 188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피폭사건 조사현황을 공개했다.

방사선 관련 업무 종사자 경우 피부에 노출되는 선량한도는 1년에 0.5시버트(Sv), 전신에 대한 선량한도는 1년에 50밀리시버트(mSv)다. 시버트는 사람이 방사선을 쬐었을 때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로 1시버트는 인체 조직 1kg에 흡수된 방사선 에너지 1줄(J)로 정의된다.

원안위에서 피폭자들의 작업 형태를 고려한 개인별 시나리오를 분석해 재현실험·선량평가 등을 수행한 결과 피폭 작업자 중 한 명은 손 피부에 기준치의 188배인 94시버트의 방사선량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 기준으로는 15밀리시버트로 기준치 이하였다.

다른 작업자는 손 피부에서 기준치의 56배, 전신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2배 이상 초과한 130밀리시버트 수준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계산된 수치는 이후 삼성전자 사업장의 방사선 취급 관련 규정 위반 여부 판단에 근거로 쓰인다.

피폭이 발생한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방사선인 X선을 조사해 웨이퍼에 도포된 화학물질의 두께를 계측하는 XRF 장비다. 피폭은 XRF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 방사선 차폐체를 개방하고 웨이퍼를 운반하는 장치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사 결과 작업자들이 점검하던 당시 방사선 발생을 차단해야 하는 인터락 설비의 배선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미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락(interlock)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계·전자장치로 구현하는 안전 설비다. 작업자들은 인터락이 작동해 방사선 방출이 멈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폭이 발생한 것이다.

원안위는 삼성전자에 해당 장비를 포함해 방사선을 발생하는 장치에 대해 인터락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도록 했다. 전반적인 방사선기기 관리 및 안전관리에 있어 법령을 준수했는지 등을 함께 9월 말까지 특별점검한다.

원안위가 기흥사업장 내 최근 3년간 정비 이력이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간 조사한 결과 비정상 작업 경험이나 목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비 사용기록을 분석하고 최근 3년간 정비 이력을 검토하는 등 인터락 배선 연결 오류에 대한 원인도 함께 조사 중이다.

피폭자들은 손에 부종·홍조·박리 증상이 있어 치료와 추적 관찰을 진행하고 있다. 혈액 및 염색체(DNA) 이상 여부는 지난 5월 28일과 6월 5일에 정상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두 작업자에 대한 치료와 추적 관찰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사 정비 인력에 대한 안전조치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최근 3년간 정비 이력을 가진 모든 사람에 대해 지난 6월 혈액 검사 등 건강진단을 실시한 결과 정상으로 판정됐다. 사건 당시 현장 인근 일반 작업자들도 건강진단 결과 정상이 확인됐다.

원안위는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면 오는 9월 말 조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만약 법령 위반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경우 10월부터 행정처분이나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