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하마스와 전쟁 키우는 이스라엘, 이란까지 가세?
하마스는 휴전안 거부하고 이스라엘 다시 공격, 가자지구 교전 재개
전문가들은 일단 헤즈볼라-이스라엘 전면전 가능성 낮다고 판단
하마스 휴전 지켜보던 이란이 보복 강행하면 헤즈볼라 합류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월 이후 남쪽의 가자지구와 북쪽의 레바논에서 양면 전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간) 양쪽을 모두 공격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전이 전면전으로 커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공격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부의 군사정보기지를 겨냥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해당 기지가 이스라엘군 정보부대 및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가 위치한 글릴롯 기지라고 추정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교란하기 옛 소련제 카츄사 로켓을 약 320발 발사한 뒤, 수십 기의 드론을 연이어 쏘아 올렸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의 '1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오전 4시 30분 무렵에 헤즈볼라의 작전 시간보다 약 30분 먼저 약 100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을 공격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이 엉뚱한 곳을 때렸다며 계획대로 작전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의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프랑스 AFP통신을 통해 글릴롯 기지가 공격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5일 오후 군 지휘관들과 만나 "적은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수백 발을 쏠 계획이었지만 선제공격 덕에 50% 이상, 혹은 약 3분의 2가 발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를 통해 "이스라엘 중부의 전략적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 헤즈볼라의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과 맞서고 있는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인 이후,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7월 27일 국경 지대 축구장을 공격해 어린이와 청소년 등 12명이 사망하자 7월 30일 레바논 베이루트를 타격, 나스랄라의 군사 고문 역할을 맡았던 푸아드 슈르크를 제거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보복을 천명했다.
하마스는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대표단을 철수시키면서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하고 유엔이 인정한 기존 합의안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했던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대표들은 이달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 협상을 재개했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735호에 부합하는 '가교 제안'을 만들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 제시했다고 알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5월 말에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고, 안보리는 6월에 해당 제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마스는 가교 제안에 필라델피 회랑 철군 약속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21일 카이로에서 재개된 협상도 변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25일 하마스 관계자를 인용해 휴전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원하는 완전한 휴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하마스가 완전한 휴전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하마스는 대표단 철수와 함께 군사 행동에 나섰다.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알 카삼 여단은 25일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과 고의적인 이주에 대응해 M90 미사일을 텔아비브로 쐈다"고 주장했다.
성명 발표 직후 텔아비브 남쪽 리숀레지온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TOI는 가자지구 중부 칸 유니스에서 로켓이 발사되었으나 이스라엘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25일 새벽부터 헤즈볼라를 공격했던 이스라엘은 같은날 가자지구에 맹공을 가했다.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 발표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4시간 동안 최소 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112명으로 추정된다.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충돌이 발생한 이후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는 4만405명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는 9만3468명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도 WSJ에 헤즈볼라가 25일 공격에 만족하고 확전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헤즈볼라는 억제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긴장 강도를 높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전면전을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트리노비치는 "일단 당장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란이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며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이란은 이미 지난 4월에 직접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은 7월 30일 하마스 정치국장이었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 테헤란에서 폭사하자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NYT는 지난 16일 미국 및 중동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가자지구 협상을 지켜보기 위해 일단 보복을 미뤘다고 분석했다.
이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들과 하니예 사망 관련 전화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아락치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의심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경고는 25일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헛돌면서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야리는 나스랄라가 언급한 '1단계 보복'을 지적하며 "헤즈볼라는 만약 이란이 허가한다면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편 프랑스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프랑스 에어프랑스는 25일 발표에서 26일까지 텔아비브와 베이루트로 가는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도 텔아비브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28일까지 취소했으며 그리스 국적항공 에게에어라인도 25일 이스라엘과 베이루트로 가는 항공편들을 모두 취소했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도 베이루트행 항공편을 9월 30일까지 모두 취소하고 텔아비브와 테헤란행은 9월 2일까지 취소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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